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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pr 13. 2020

명상,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다

김여람 '민사고 행복수업' 저자

김여람 '민사고 행복수업' 저자
미국에서는 이미 약 40% 정도의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치료법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명상. 과연 명상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이로운 영향을 미칠까?


우리나라에서 명상이라고 하면 불교의 수행이나 요가, 기수련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명상을 티베트에 사는 승려들이 하는 것쯤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명상에 대해 처음으로 보다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시절 상담연수에 참여했을 때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보다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집중력, 판단력 향상을 위해 교실에서 아이들과 명상을 해보자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약 40% 정도의 심리치료 전문가들이 치료법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명상은 심리학에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동양화가 이민주의 '작품4'(2005).

특히 최근에는 유전자나 뇌 수준에서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과 동료들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불안이나 우울, 분노 등과 같이 부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에는 편도체와 우측 전전두엽(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뇌 부위)이, 반대로 행복감을 느끼며 활력이 넘치는 상태에는 좌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발견한 바 있는데, 명상수행이 이와 관련된 뇌의 활동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2003년에 수행한 그의 연구는 명상의 효과에 주목했다. 1만~5만 5000시간가량의 명상수행을 한 티베트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한 fMRI 연구에서, 175명 모두에게서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의 활동에 비해 활발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명상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개발한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와 함께 회사원들에게서 같은 현상을 관찰한다. 8주 간의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뇌 활동성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옮겨가는 동시에 이들이 느끼는 기분 또한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Davidson, et al., 2003). 이어진 또 다른 연구에서도 명상은 사고와 정서를 조절하고, 대인관계나 주의집중 능력을 향상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Sedlmeiner, et al., 2012).


명상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명상은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지켜준다. 대표적으로는 면역력을 높인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도 데이비슨과 동료들은 8주 간의 명상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 독감 백신을 이용해 명상에 의한 면역력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독감 백신에 대한 반응으로 더 많은 항체를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명상이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화를 불러일으켜 우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Epel et al., 2016). 6일간의 명상 수행 여행이 스트레스와 염증, 상처 치료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비전문가와 숙련된 명상가들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비전문가들에 비해 숙련된 명상가들의 명상 수행 여행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하는 유전자 발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우리 몸의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텔로머레이즈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면역력 향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면역력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나 감염 후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운동과 식단 조절도 좋지만 이에 더해 하루 몇 분 간이라도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 가장 쉽게는 조용한 가운데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분명 하루 몇 분간의 명상은 가장 손쉽게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mind


<참고문헌>  

Davidson, R. J., Kabat-Zinn, J., Schumacher, J., Rosenkranz, M., Muller, D., Santorelli, S. F., Urbanowski, F., Harrington, A., Bonus, K., & Sheridan, J., F. (2003). Alterations in brain and immune function produced by mindfulness meditation. Psychosomatic Medicine, 65, 564-570.

Epel, E. S., Puterman, E., Lin, J., Blackburn, E. H., Lum, P. Y., Beckmann, N. D., Zhu, J., Lee, E., Gilbert, A., Rissmann, R. A., Tanzi, R. E., & Schadt, E., E. (2016). Meditaion and vacation effects have an impact on disease-associated molecular phenotypes. Translational Psyciatry, 6, e880. http://doi.org/10.1038/tp.2016.164.

Sedlmeier, P., Eberth,J., Schwarz, M., Zimmermann, D., Haarig, F., Jaeger, S., & Kunze, S. (2012). The psychological effects of meditation.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38, 1139-1171.

김여람 '민사고 행복수업' 저자 | 사회 및 성격심리학 MA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4년간 심리학 교사로 재직하였다. 행복을 주제로 하는 긍정심리학을 중심으로, AP심리학(심리학개론), 선택교과심리학, 사회심리 세미나, 심리학논문작성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진학상담부의 상담교사로서 아이들과 많은 고민을 나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민사고 행복 수업'이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현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 교과서를 집필 중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심리학 연구들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 연세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이중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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