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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l 08. 2020

저 위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소득 불평등도 OK?

김영주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부와 소득의 불평등, 나도 언젠가 상위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불평등이 계속 유지되는 게 나쁘지만도 않겠다. 소득 계층의 이동 가능이 높다고 여기는 사람은 현재의 소득 불평등도 용인하게 된다는 것을 밝힌 최신 연구가 있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는 오늘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일반 사람들에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이 소유한 부의 격차가 매우 큰 사회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배되어 있는 사회가 더 이상적인 사회라고 답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태도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사회 전반적인 노력을 지지하는 태도로 연결된다.

희망이 보이면 참을 수 있다. 스페인 현대화가 프라데스의 작품. Nacho Frades, 'Square Ladder', Acrylic on Wood, 23.6 x 23.6 in.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


그러나 현재의 소득 불평등 수준을 수용할 만한 것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나아가 그 심각성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기대다. 내가 속한 사회를 소득 이동성이 높은 사회로 인식하는 것, 예를 들어 소득 계층 사다리 아래에 있는 사람이 위로 이동할 가능성, 혹은 반대방향의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할수록 현재의 불평등한 소득 구조를 용인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Shariff와 그 동료들의 연구를 통해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지각과 소득 불평등을 수용하는 태도 간의 관계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Shariff, Wiwad, & Aknin, 2016).


먼저 연구 참여자들을 두 조건에 무선 할당하여 신문 기사를 읽게 하였다. 한 그룹의 연구 참여자들은 미국 사회의 소득 계층 이동률이 상당히 높으며 향후 10년 이내에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 분위가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경제학자의 예측이 담긴 신문 기사를 읽었다. 다른 그룹에서는 미국 사회의 소득 계층 이동률이 제로에 가까우며 향후 10년이 지나도 대다수 사람들은 현재의 소득 분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 결과,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읽은 조건의 참가자들은 사회 내 상위 소득 집단과 하위 소득 집단 간의 소득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으며, 현재 존재하는 소득 불평등은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하다는 태도를 더 높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젠가 나도 올라갈 수만 있다면야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해당 연구의 연구자들은 미래 소득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개인의 노력이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불평등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예측한다고 설명한다. 사회 내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접한 참가자들은 미래 자신의 자녀 세대에서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되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소(태어난 환경, 운 등) 보다 노력과 의지가 각자의 경제적 위치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더 높게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음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과 개인의 노력에 대한 낙관적 믿음은 현재의 불균등한 소득 분배를 더욱 용인하는 태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언젠가 나도(혹은 내 자녀가) 상위 소득 집단으로 올라 갈수만 있다면야,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있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이다. 따라서 해결할 필요가 있는 사회 문제로 여기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불평등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결국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 관련 정책과 사회적 운동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어제보다 좋은 오늘, 오늘보다 더 좋을 내일이 기다린다는 희망은 삶을 기쁘게 영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데서 오는 긍정적 기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불평등한 현 체제를 유지하고 고착화시킬 것이다. 가능한 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정보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mind


<참고문헌>  

Shariff, A. F., Wiwad, D., & Aknin, L. B. (2016). Income mobility breeds tolerance for income inequality: Cross-national and experimental evidenc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1(3), 373-380.


김영주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현재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집단 간 관계, 사회 계층, 및 경제적 불평등의 영향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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