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외로움은 소속과 유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하지만 이러한 신호는 때로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왜 우리는 외로움에 취약한가. 바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자가 진단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 맺고 연결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욕구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원하는 만큼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주관적인 고립감, 즉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외로움은 소속과 유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 신호로, 인간이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Eisenberger & Lieberman, 2004). 사회적 고립은 죽음으로 이어질 만큼 커다란 위협이었기에 이러한 외로움 경고는 민감하게, 때로는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외로움을 마주하곤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외로움에 취약하게 만드는가?
주관적이며 상대적인 경험, 외로움
다양한 답이 존재하지만 그중 하나는 외로움의 주관적 속성과 관련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이 자신보다 더 풍성한 사회적 관계를 향유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Deri, Davidai, & Gilovich, 2017).연구 참가자들은 자신이 타인에 비해 친구가 적고 더 좁은 사회 관계망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심지어 홀로 집에 있거나 저녁을 먹는 횟수도 더 많다고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를 진단할 때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기준을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는 이 기준이 특출하게 사교적인 일부 사람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SNS상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각종 모임으로 늘 바쁜 사람, 폭넓은 인맥으로 어디에서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 등.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사회관계를 평가할 때 누가 생각나는지 순서대로 적어보게 하였다. 그러자 예상대로 사람들은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을 가장 먼저, 더 쉽게 떠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즉, 사교적인 사람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가용성이 높은 정보로 기능하게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영위하는 사회적 삶이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록 편향된 추정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삶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 시각은 외로움을 유발시키고 삶 전반에 대한 만족감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로움의 기능
그렇다면 이러한 상향 비교는 무조건 부적응적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당장은 비교를 통한 부정적 평가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 과정 덕분에 사람들은 지각된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더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Whillans et al., 2017).
앞에서 살펴본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Whillans와 동료들의 연구 참가자들도 동료의 사회적 관계가 자신보다 더 풍성하다고 믿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약 1년 후 더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경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활발한 상호작용을 이끄는 촉진제로 기능한 것이다.
외로움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고통이기에 단지 홀로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일 나만 휴일에 홀로 집에 있는가? 나만 친구가 별로 없는 건가? 하는 생각에 슬며시 외로워지는 순간이 온다면 이 연구들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사실 당신의 사회적 삶은 지극히 평범하거나 오히려 그 누구의 것보다 풍성할 수 있다. 심지어 당신은 누군가가 머릿속으로 제일 먼저 떠올린 바로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로움이 밀려온다면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고립을 염려하는 뇌의 잔소리임을 이해하고 그 감정까지 포용해보는 건 어떨까? mind
<참고문헌>
Deri, S., Davidai, S., & Gilovich, T. (2017). Home alone: Why people believe others’ social lives are richer than their ow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3(6), 858-877.
Eisenberger, N. I., & Lieberman, M. D. (2004). Why rejection hurts: The neurocognitive overlap between physical and social pai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8, 294-300.
Whillans, A. V., Christie, C. D., Cheung, S., Jordan, A. H., & Chen, F. S. (2017). From misperception to social connection: Correlates and consequences of overestimating others’ social connectednes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3, 1696-1711.
신지은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사회심리 Ph.D.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행복에 대한 메타인지와 기능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 한국심리학회에서 수여하는 김재일 소장학자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간의 사회적 사고와 행동을 진화심리학, 생태학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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