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녹여, 나를 세우는 재료로│숭고성
균열을 입은 벽은, 서사를 품는다
오랫동안 나는
타인의 설계도로 벽을 올렸습니다.
착한 아이로,
완벽하고 강한 그런 사람 설계도로.
설계도의 모든 요구를
당연하게 수용하며.
나는 그렇게
모델하우스처럼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모델하우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노력이
당연한 보상처럼 소비되던 순간부터.
처음엔
그 균열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수치였고, 실패였으니까요.
나는 서둘러 커튼을 치고
하중도 계산하지 않은 채
기둥을 덧세웠습니다.
멀쩡해 보이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구조는 뒤틀렸고,
숨 쉴 틈 없는 공간은
나를 점점, 그 안에 가두었습니다.
수리는 반복됐지만
회복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의 집은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구조로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언을 합니다.
나는 나를 수리(Repair) 하지 않겠다.
고치는 삶을 멈춥니다.
그리고 용기 냅니다.
나는 나를 다시 건축(Build)하기로 합니다.
변수의 현장, 설계도에 없던 거대한 틈
내 마음의 기초공사 현장.
나는
비우고 짓기를 반복한다.
경계를 넘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
생각지 못한
대지의 빈 공간이 발견된다.
낡은 설계도에 갇혀있던 시간,
깊이 가려져있던 심연이 드러난다.
아이들이 머무르지 못한다.
안정이 필요하다.
남편은 나를 외면한다.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나를 보며 지쳐 간다.
그제야 깨닫는다.
지금껏 나는,
“가족을 위해”라는 간판을 세우고
그 아래,
소중한 구조의 부실을 만들었다.
타인을 채우는 동안
나와 소중한 가족의 대지를
비우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방향을 바꾼다.
타인에서
나에게로.
가림막 뒤에 숨겼던
나의 나약함을 덜어낸다.
그리고
폐자재 더미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그 구멍에서 비워진 것이 무엇인지 찾는다.
폐자재와 거대한 틈 안에서, 머물다
나는 마음 공간의 심연을 마주한다.
외면했던 눈물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돌덩이들을.
서로의 억울함
그 위에 외로움이
엉겨 붙어있다.
텅 빈 마음의 도화지 위에 그린다.
그 현장을.
도화지는 나의 거울이 된다.
서툰 문장으로 쓴다.
폐자재를 걷어내고 버리고 정화한다.
문장은 나를 맑히는 물길이 된다.
그렇게 남겨진 폐자재는
재생되어 남는다.
그 모두를 모아 만든다.
마치 실제 공간을 짓듯
하나씩 모델링(Modeling)한다.
모델링은 나로 미리 살아보는 작은 집이 된다.
재생되어 작품이 된다.
그러다 머문다.
창작과 다시 짓는 일.
특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러나 낯선,
그 모퉁이에서 머문다.
창작의 과정은,
나를 다시 자라게 하는 정원 같다.
한참을 바라본다.
그 끝에 맺힌 눈물이 도화지에 번질 때,
비로소 찾는다.
내가 나로, 바로 서는 것.
그것이 결국
나와 소중한 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임을 깨닫는다.
균열이
더 이상 수리해야 할 고장이 아닌,
그 균열이
내 삶에 '빛'이 들어오는 통로임을 아는, 나로.
그렇게 한참을 머무른다.
비로소 내가 나로,
바로 서기 시작한다.
나의 아픔은, 내 구조를 지탱하는 황금 벽돌이 된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주워 올린 파편들을
하나하나 닦아낸다.
쓸모없던 돌덩이들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더 이상
쓸모없는 폐자재가 아니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돌덩이들을 다시 빚는다.
고유한 질감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다시 이름 붙인다.
나의 마음 공간을 짓는 가장 소중한 기초 자재로.
이제, 누군가를 세우는 귀한 자재가 된다
결핍을 자산으로 이름 부르자,
나의 응답도 바뀐다.
내가 겪은 통증은
타인의 슬픔을 읽어내는
섬세한 감각으로 바뀐다.
내가 겪은 고통의 깊이가
타인의 슬픔을 헤아리는 눈금이 된다.
나의 공허함은
타인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빈 도면이 된다.
나는,
공간을 짓는 그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마음을 짓는 길에 함께 선다.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픔에 주파수를 맞춘다.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내담자들.
그 떨리는 손과 거친 색채 속에서,
내가 겪었던 그 붕괴의 현장을 본다.
"제 마음은 다 타버린 잿더미 같아요"
내담자가 검은색으로 도화지를 칠하며 말한다.
나는 덤덤히 끄덕인다.
나 역시 그 잿더미 속에서 황금을 길러낸 적이 있다.
"그 검은색 아래에
어떤 단단한 마음이 숨어 있는지 함께 찾아볼까요?"
나의 황금 벽돌은 이제,
내담자의 고통에 공명하는 안테나가 된다.
지금 나는,
가장 아픈 곳을
가장 빛나는 공간으로 일구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응답한다.
누군가의 곁이 되어준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다시 서는 중이다
마음건축 현장일지│비우고 짓고, 비우고 짓는 기록
낡은 설계도로 지은
모델하우스의 폐자재는
고통이라는 열기를 견디고
황금 벽돌이 되었습니다.
틈의 자리는 이제
빛이 들어오는 정원이 되었지요.
과거의 균열을 수리하는 않고
그 질감을 살린 내 마음의 공간은,
노출 콘크리트처럼
서사를 증명하며 당당히 드러납니다.
나의 마음공간은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유연함도 갖게 되었습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건져 올린 빛으로,
이제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무너진 마음 곁에 섭니다.
나의 아픔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함께 새로운 도면을 그려갑니다.
당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아픔은 무엇인가요.
말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드러내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아픔은,
삶의 가장 밝은 자산이 되어, 당신을 빛나게 할 테니까요.
고통 속에서 단련된 나의 마음은,
빛을 받기 위해 깊이 박힌 황금 암반이다
다음 주,
BUILD 2 ∙ 3화 ‘선택으로 짓는 구조│‘해야 한다’를 걷어내고, ‘선택한다’로 세운다’로 이어갑니다.
오늘도 마음건축소와 함께,
머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우고 짓는 반복적인 리듬 속에서,
당신의 마음 공간이 단단해지기를
소망합니다.
SUN드림
당신 삶의 유일한 건축가는 결국 당신 자신입니다
사진: Gemini_Generated_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