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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Mar 08. 2023

세상의 온기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뉴스를 보면 워낙 자극적인 사건 사고가 많고, 세상이 왜 이런 곳이 되었나 싶게 무서운 일들이 많다. 빠르게 아주 먼 곳까지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들을 볼 수 전달하고 볼 수 있게 된 지금,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먼저 눈을 돌리고 클릭하고, 관련 기사를 접하게 된다. 모태 문과생인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유튜브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되는 것인지 내가 관심 가는 몇 가지를 검색하고 보기만 하면 내가 좋아할 만한, 나의 관심사를 끌만한 영상이며 글들이 자꾸자꾸 더 많이 눈에 띈다.


우울한 내담자들이 종종 유튜브에서 죽음에 대한 것만 나온다고 말할 때, 형제를 백혈병으로 보낸 내담자가 자꾸만 죽을병에 걸린 사람들만 영상에 나온다며, 고통스럽지만 자꾸만 보게 된다고 말할 때 가슴 한 구석이 아득해지면서 아날로그 시절, 모두에게 적은 양의 정보가 느리게 주어지던 시절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바란다고 돌아갈 수 없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파괴적이고 아픈 것들은 늘 우리에게 빠르게 다가오겠지.


가만히 우울하고 화난 기분으로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있노라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어둡고 파괴적인 것들을 보게 될까. 


뉴스를 보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다 저렇게 이기적이구나'라고 생각하다가 학생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에 놀라고, '아무도 애를 안 낳으려고 한대'하고 생각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여러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걸 보면서 신기함을 느낀다. '결혼하겠다는 20대가 없다던데?' 하고는 강의할 때 물어보면 다들 결혼은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세대의 트렌드는 변하고 있겠지만 하나하나 보자면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 많다.


내가 친절한 태도와 친절한 행동을 옹호하는 이유는 이런 행동이 우리 생활의 도처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문을 잡아주는 걸 좋아한다. 내가 미처 뒤를 보지 못하고 놓친 문 때문에 당황한 사람이 있다면 사과도 한다. 누군가 문을 잡아주면 작은 목소리지만 고맙다고 인사한다. 내가 잡아준 문을 슬라이딩하는 들어가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약간 괘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음번에도 똑같이 문을 잡는다. 애매하게 뒤따라 오는 사람이 있다면 걸음을 서둘러 내가 닫은 문에 부딪치지 않게 하려 하고, 아니면 걸음을 늦춰서 내가 문을 잡아줄 수 있는 거리를 만든다. 내가 잡아준 문을 마주 잡으며 고맙다 인사하고, 뒷사람을 위해 잠시 그 문을 더 잡고 있는 분을 볼 때면 기분이 좋다. 


하루는 내가 잡아준 주차장 문에 일층 빵집에서 일하는 누가 봐도 빵을 만드는 분 같은 차림의 아저씨가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로 산뜻하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 아주 잠깐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 머무르는 기쁨이나 만족은 아니지만 나비가 앉았다 가듯, 잠시 콧바람에 꽃향기가 머물듯 하는 잠시의 온기이다. 같은 날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근처 식당에 갔다가 유모차를 끌고 나가려는 젊은 엄마를 보았다.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유모차를 돌려 나오기도, 밀고 나가기도 어렵다는 걸 알기에 문을 활짝 열어 나가는 모습을 배웅했다. 웃으며 고맙다 하는 엄마와 유모차에 앉은 아기, 유모차 손잡이에 걸린 유부초밥 한 봉지가 경쾌해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는 내 눈가에도 웃음이 앉는다. 


세상이 좋은 곳이라는 근거는 뉴스에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이 대단한 선행을 해서 상을 받고, 대단한 성자가 큰일을 해내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챙기고, 눈인사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친절과 호의를 베풀면서, 혹은 받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을 많이 경험하고 싶다면, 시작은 내가 먼저라 억울할지 몰라도 내가 먼저 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친절한 세상에 살게 될 나를 위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서로에게 따뜻했으면, 친절했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특히 더 친절했으면 좋겠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친절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배워 익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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