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내내 돈돈돈, XOXO, 가르치지 마 등등 어려운 곡만 배워서 학원을 한 달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더니, 드디어 조금 쉬운 안무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분명히 아주 쉽다고 하셨다.
그런데,
시작부터 어렵다! 바운스와 리듬을 타면서 걷는 건데... 웬일, 못 걷겠다! 다른 사람들은 걷는데, 나는 못 걷겠는 이 황당함이란. 못 걷겠어. 못 걷겠다고! 언제 오른발이고 언제 왼발이지? 올바로 걷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다음 동작으로 연결에 버퍼링이 생긴다. 동작은 좀 쉬운 듯해도 엄청 빠른 안무였다. 이 겨울에 그 춤을 배우고 나면 맨투맨 티 안쪽이 땀투성이가 되었다. 아무튼 잠깐 놓치면 어느새 저기까지 가 있는 선생님과 다른 회원님들을 보니 하, 또 난관이다. 싶더라.
살짝 심란한 마음으로 수업이 끝났는데 선생님이 날 부르셨다.
"잠깐 이리 와봐. 너 앞에 안 되지?"
역시, 연습을 반복할 때 그 구간을 지나갈 때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걸어야 할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선생님 눈에도 띄었나 보다.
걸어봐. 걷듯이 해. 평소대로 걷는 건데 약간의 바운스와 리듬을 타면서 상체를 업! 맞아, 맞아 잘했어! 거기에서 이번엔 팔을 이렇게 들어봐. 오른발에 왼팔, 맞아, 그거야. 잊어버리지 마~
단순한 걷기 스텝에서 오는 몸의 엇박, 거기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음악 없이 걷는데 겨우 성공은 했는데, 잊어버리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ㅎㅎ 당연히 매번 잊어버려왔기 때문에. 답을 안했더니 다시 물어보셨다.
잊어버릴 거야? (신발 신고 학원을 나가면서 잊어버릴 예정이었기에 대답을 또 못 했지만,) 나는 '아마도요' 눈빛으로 답했다. 선생님은 뭐라 말해야 할까 살짝 고민하시는 거 같았는데, 아직 인내심이 남아 있으셨는지 "괜찮아, 잊어버리면 내일 또 알려줄게" 하셨다. (감사와 안도감. 저를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귀가해서 좀 쉬다가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다시 한번 걸어볼까? 싶어서 거울 앞에 섰다. 어떻게 걷더라? 겨우 기억을 복기해서 발은 얼추 맞는 거 같았는데, 팔이랑 같이 동작을 취하려니 또 팔, 다리의 엇박자 현상이 나온다. 못 걷겠다!
에... 에라이!
한참을 헤매다가, 내일 '도대체 나는 어떻게 걸어야 할까?'를 생각하며 또 못 걷을 나를 상상하니 민망해져 왔다. 그 민망함을 선방하고자 선생님께 톡을 드렸다.
선생님, 오늘 알려주신 바운스 엄청 무지하게 어려운 거라고 해주세요.. 저 또 못 걷겠어요.
무지하게 어려운 거 맞는다고 답해주셨다. 톡을 보면서 선생님의 인내심이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덧) 걷기에 이어 나의 멘붕 구간이 하나 더,
중간쯤엔 두 팔을 들고 다운, 서면서 업, 다시 반복 다운, 업하는 동작이 있는데, 내 몸은 이해를 못 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운할 때 나는 업이 되어 있고, 업을 할 때 다운이 되어 있다. 헐... 모두 다운할 때 업해서 삐죽 나온 내가 자꾸 눈에 띈다. 업도 다운, 다운도 다운하고 있어야 하나?
몸의 이해도가 떨어져서 자꾸 눈에 띄는 것이 속상하다.
저녁에 다시 기억을 더듬어서 연습하다가 아이랑 막춤으로 끝내버렸다.
수업 때는 갑자기 잘 걸었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랑을 남기자.
ART. LIFE. GRIT
일상을 예술처럼
끝까지
@mindca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