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줄 곧 살았던 우리 가족은 엄마가 고인이 되고 대구로 이사를 갔다. 당시 아빠의 근무지가 대구여서 주말 가족이었고, 늦깎이 수험생이었던 동생도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집에 없었다. 나 혼자 지내기에는 서로가 불안했기에 대구로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대구에는 고모들과 큰엄마, 외삼촌 등 다른 가족들이 많이 살고 계셨고 실제로 고모와 같은 단지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도움도 많이 받았다.
대구에서 내가 딱히 한 일은 없었다. 아빠도 일정 시기가 지나자 출근을 했고, 나는 그냥 시간만 보냈다. 술은 많이 마셨다. 와인,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과실주 가리지 않고 나를 취하게 할 수 있는 알코올은 다 찾아 마셨다. 혼자서도 마시고 가족들과도 마시고 술로 내 인생 최고점의 몸무게를 찍었으니, 술과 안주, 한없는 무기력함의 삼박자는 나의 영혼은 말리고 몸은 살찌웠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기도 했고, 침대에 널브러져 있거나 그냥 그렇게 보냈다.
어느 날 아빠가 출근을 하고 늘 하던 대로 와인을 꺼내 마셨다. 알코올이 손끝과 발끝의 말초신경까지 퍼져나가 나른해지는 그 기분, 그 기분에 취해서 오전부터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또르르 흐르던 눈물 한 줄기가 기억난다.
엄마, 나 어떡해. 나 어떡하냐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천장을 보고 누웠는데 그런 생각이 스쳤다.
엄마가 별이 되어 저 하늘에 있는데, 지구 상 70억 인구 중에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물론 알아보겠지, 엄마니까. 한눈에 찾으려면 반짝반짝 빛이라도 나던지, 남들과 다른 무언가, 고유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 (그 생각들을 싸이월드에 썼었는데...)
엄마가 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움직이자, 나 여기에 있다고, 나 잘 지내고 있다고, 작은 목소리, 희미한 빛이라도 내자는 마음이 들었다.
나만의 고유함은 특별한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그때 어렴풋이 알았다.
그러고도 많은 방황은 있었지만, 저 먼 하늘에서 나를 찾을 엄마를 위해서, 내 삶의 고유한 빛을 위해서, 아주 조금씩 술과 무기력함에서 걸어 나오려고 노력했다.
아주 조금은 나를 돌보고, 정성껏 살기 시작했다.
단지 내 헬스장을 등록했고,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 여기에 있어, 잘 지내고 있어. 나 잘 보이지?
하늘을 보며 이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