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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02. 2019

모두의 감정은 소중하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feat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누구의 감정이라도 소중한 것이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신체적 학대를 받지 않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라고 해서 절대로 소홀히 여겨져서는 안 된다!





사례 하나. 한 리더와 부하직원의 대화


리더. “김과장, 자네는 도대체 양심이 있어요? 어쩜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어요?”

부하. “아닙니다. 저 당당하지 않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송해요.”

리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나? 그 정도 되면 김과장 당신이 알아서 사표쓰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니야?” 

부하. “그래도 저 사정이 있어서 회사 나가면 안돼요 ㅠ 죄송해요. 사표만은 안됩니다.” 

리더. “봐봐, 그게 바로 네가 양심이 없다는 증거야!! 그런 짓거리를 해 놓고도 얼굴 바싹 들고 출근하는 게 당당한거지, 더 당당할 수가 있나요?” 

부하. “아닙니다. 정말 저 당당하지도 않고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ㅠ”

리더. “됐어요, 그만합시다! 말귀를 못 알아처먹는 사람과는 얘기도 하기 싫으네!! 나 같으면 벌써 사표를 써도 수십번을 썼겠다. 나는 정말 김과장이 이렇게 비양심적이고 기본이 틀려먹은 사람인지 몰랐네! 정말 꼴도 보기 싫다! 나가~ 빨랑 나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사례 둘. 회의 내에서 이루어지는 팀원들 간의 대화


A팀원. "OO님, 지난번에 그 일 어떻게 되었어요? 왜 빨리 안 줘요?"

B팀원. "아, 그거요 거의 다했는데, 내일 오전까지 줄게요~"

A팀원. "아.. 증말 내가 오늘 오전까지 달라고 했잖아요! 내가 우스워요?"

B팀원. "아니 뭘 그렇게 말을 해요. 우습기는 뭐가 우스워요. 저도 지금 할 일이 많아서 바빠서 좀 늦어지는 거잖아요."

A팀원. "하.. 정말 기가 막히네. 무능한 것도 자랑인가? 무능하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지!"

B팀원. "뭐라구요? 정말 말 다했어요? 아니 당신은 뭐가 그렇게 유능하고 잘나서 남에 대해서 그렇게 막말을 해요?"

A팀원. "아니 OO님은 항상 그렇게 늦게 주고, 일처리도 잘 못하고, 해서 주면 제가 꼭 손봐야 하잖아요?! 몰랐어요? 본인이 무능한거? 대체 그런 능력으로 월급은 왜 받아요? 찔리지도 않아요?"

B팀원. "야! 너 말 다했어?! 너나 똑바로 해!! 이게 정말, 좋게 좋게 생각하고 참아주려고 했더니.."

A팀원. "네가 안 참으면 어쩔건데, 하긴 무능하니 주먹질이라도 하려나 보네!"




1. 감정이 소중한 이유


이 두가지 사례를 본 소감은 어떠한가? 실제로 우리들의 업무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이다. 특히 직장인을 상담하다 보면 매우 자주 보게 되는 상황들이다. 저 대화가 과연 적절한 대화 같은가? 그런데 저런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 모-재벌가의 딸이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아래 부하직원들에게 물컵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는 기사를 보면서는 모두 함께 분개하면서 비난에 동참한다. 그런데 혹시 뒤돌아 당신도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과연 저 앞의 사례와 그 재벌가의 사례가 뭐가 다른가?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지위나 역할에 기반하여 타인의 감정을 손상시키고, 타인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대함으로서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만약 부하직원이 정말로 큰 잘못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더가 저렇게 말해도 되는가? 만약 어떤 계기로 저 부하직원과 상사의 입장이 바뀌어서 저 부하직원이 상사의 입장에서 저 리더를 부하직원으로 대하면서 똑같이 말하면 어떨 것인가? 저렇게 참으면서 빌 것인가? 


만약 동료와 업무 상 갈등이 있다고 치자. 부탁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기한을 못 지켰다고 저렇게 말해도 되는가? 만약 입장이 바뀌어서 본인이 욕먹을 상황이라면 저렇게 능력까지 들먹이면서 비난한다면 참을 것인가? 내가 일단 잘못을 했으니 모든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겠는가, 아니면 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심히 기분이 나쁘고 상처가 될 것인가? 


그런데 이런 과정들은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지하지 못한 채 문제행동을 반복하거나 다친 마음의 상처를 간과한다. 그리고 이를 반복하며, 다시금 더 큰 상처를 주기 쉽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후일 더 큰 마음의 병과 장애를 가져오는 원천이 된다. 


생각보다 감정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의 감정은 그나마 알고 있다 해도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존중하고 관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타인의 감정에 손상을 주고 크게 다치게 한다.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 그렇지 않다. 누구라도 감정은 소중한 것이며, 충분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여김 받지 말아야만 한다. 신체적 학대나 체벌을 하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에 대한 학대나 매질도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2. 감정을 존중받지 못해 아파하는 사람들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상처 받는 이들이 있다. 우리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의 욕심에 희생당하고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자녀의 경우에도 그러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하려고 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여 상사로부터 질책받는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을’이라는 이유로 ‘갑’의 과도한 분노를 일방적으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모두 마음의 깊은 상처를 품고 산다. 상사의 질책과 비난으로 인해 깊은 감정 상 상처와 손상을 입은 직장인은 단순히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데 그치지 않는다. 극심한 부정적인 감정과 더불어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까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비난받거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급급하게 된다. 


고객의 심한 화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조건 참기만 해야 했던 매장 직원은 마음속 깊은 곳에 분노를 품게 된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게 된다면 분노는 계속해서 축적되게 되며, 축적된 분노는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 분노의 방향이 스스로에게 향하게 되는 경우 깊은 우울감이 오게 되며, 주변 사람들을 향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주 짜증을 내거나 별일 아닌 일에 대해서 심하게 화를 내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CS장면에서 심한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 중에 CS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것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번 돈인데, 이렇게 대충 일하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즉, 나도 모르게 고객들의 갑질 행동을 학습하였던 것이며, 내가 고객이 되었을 때 구고객으로서의 갑질과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듯 손상된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이런 내적 감정-손상이 반복되고 축적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적극적인 관리와 해결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와 내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 슬픈 것은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타인으로부터 감정의 존중을 받지 못하여 상처를 입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때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물론 성장배경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의 감정을 적절히 존중받지 못하고 상처가 많은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런데 이런 감정 비-존중의 패턴이 지속되거나 내재화됨으로써 내적인 마음의 고통이 심화된다. 


감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소중하게 대우받고 관리되어야만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감정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건강한 상태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동시에 감정이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과 동시에 혹시라도 감정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3.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감정은 마음의 기본권이다. 감정은 마음의 상태를 나타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지표이다. 감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그 어느 누구라도 존중받고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만약 마음의 건강하고 좋은 상태라고 하면, 좋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마음이 힘들고 지쳐있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즉, 신체적인 건강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듯이, 우리의 감정도 최적으로 유지되고 관리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감정이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 건강만큼 중요성을 인정받거나 관리되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처가 나더라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시시한다. 


만약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는 당신의 자녀가 놀이터에 갔다 왔는데, 팔에 큰 상처가 나 피를 흘리면서 들어왔다면 부모로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낭자한 핏자국과 상처에 깜짝 놀라서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약을 바르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할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의 마음에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이 부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이의 성공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거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를 통해서 자존감을 다치게 한다. 혹은 부모가 시키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큰소리로 호통을 치거나 매를 들기도 하며, 때로는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못살아 ㅠㅠ’라고 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나 힘든 마음을 덤터기 씌우기도 한다. 


그 아이의 마음 상태, 즉 감정은 어떠하겠는가? 아마도 자신에게 있어서의 절대자인 부모의 지시에 심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부모의 기대를 만족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존중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부모의 감정적 호통과 비난에 부모가 경험하는 화나 분노에 비해 몇십배는 더 큰 공포와 불안감을 경험할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나온 부하직원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단지 회사의 상사라는 이유로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을 참고 견디어야만 하겠는가? 아니면 리더의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가족도 아니고, 부모 자식 간도 아닌데, 과연 저런 감정적 분노 표출과 부하직원을 막대하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어느 누구라도 감정은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감정노동자 보호법' 등이다. 우리는 이미 심리적인 폭력과 그로 인한 감정적 손상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중요성과 감정을 존중해야 하는 필요에 대한 인식이나 실제적인 노력들은 부족하였다. 


가끔씩 언론에 놀라운 기사들을 접할 때가 있다. 체육계 및 유명 CEO나 재벌가에서의 폭력 기사가 연이어 터지면서, 핫이슈가 되기도 한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분노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기사들이 나올 때에만 급격히 분노하고 위로를 제공할 뿐 이슈가 잠잠해지면 쉽게 잊히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한다. 기사화되거나 공론화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 곳곳에 숨겨져 있는 심리적 및 감정적 폭력 사례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이와 같은 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이다. 또한 폭력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방관자 역할을 통해 기여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폭력의 후유증은 심각하며 그 해악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개인적 수준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누군가에게 자행되는 폭력이나 폭언, 그리고 그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들은 관리되어야만 한다. 적극적으로 관리되어야만 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함과 더불어 진지하고 책임있는 각자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과 내 가족의 감정이 보호받기 위해서, 또한 나의 내담자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진정한 웃음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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