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사의 직장생활 클리닉. 직장생활 리얼리티
신입사원의 경우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이전의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까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또한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경쟁적 시스템 내에서 어느 정도는 상명하복의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생활 패턴은 이전과는 매우 다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신입사원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만약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회사는 각자 고유의 일처리 방식과 대인관계 패턴을 보이며, 갈등이나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이와 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Soft-landing이라 칭한다. 새로운 조직에 가면 그 문화에 적응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따른다. 즉,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는 직장도 또 하나의 로마라는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학교와 직장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조직의 경우에도 각 회사마다의 고유한 조직문화와 일처리 방식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도 필요한 것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가 있으며, 지역색과 그로 인한 지역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할 정도로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가?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의 특성이나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에 따라서 조직 문화 및 일하는 방식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는 조직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하며, 탄탄한 체계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외국계 기업이나 IT 업계의 경우는 자율적인 반면 성과중심적인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또한 대기업군이나 외국계 기업, 혹은 IT업계 내에서도 각 회사별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어떤 대기업은 벤처 기업보다도 더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보이기도 하며, 한국에서 오래된 외국계 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도 더 보수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이나 코칭 현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조직 간 문화 차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 간단하고 분명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도 어렵다.
이직을 사람들이나 신입사원들에게서 자주 듣는 표현 중 하나가 ‘이 회사는 참 이상해요!’, 혹은 ‘여기는 왜 이러는 거죠?’이다. 이는 Soft-landing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즉, 현재의 상황이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전의 가치나 기준에 따라 현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조직이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과 내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조직 내에서의 역할 수행이나 장기적인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로마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다. 과연 로마에서는 좌측통행을 하는지, 아니면 우측통행을 하는지, 그리고 법에는 나와 있지 않은 미묘한 관습이나 행동방식들이 존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알아야 적응한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여야 적응이 시작되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는 왜 그런 거죠?’라는 질문은 ‘이해가 안되네!’라는 말과 동일한 것이며,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는 말과 동의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살다 보면 알게 된다.
현재와 같은 패턴이 형성된 데에는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것이다. 이를 모두 이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냥 그 현상만 알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일은 이전의 생활 방식이나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신입사원이라면 학교 때의 낭만과 여유에 대한 추억을 접어라. 만약 경력사원이라면 이전 조직에서의 행동 양식을 버리라. 로마에서 한국의 경우를 들면서 잘잘못을 따지거나 개선을 요구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전 조직에서의 기준으로 판단한 현 조직의 불합리나 마음에 안 드는 점에 대해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접어라. 조직이 변화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백날 해봐야 본인 속만 상한다. 더욱이 본인의 판단과 생각이 반드시 맞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전 조직에서만” 정답이었을 뿐이다. 현재 조직의 정답은 다를 수 있다!!
해외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낯선 것에 대한 흥미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경험이다. 로마에는 로마 나름대로의 멋과 풍미가 있다.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정답이다.
내가 이직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새롭게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 직장에서의 불만, 혹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한 것이지 않던가?! 열린 마음으로, 그리고 이 직장을 선택할 때 고려했던 장점을 고려해 보라.
좀 더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전 직장(혹은 취업 전)과 현재 직장의 장단점에 대해서 비교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의 단계를 거쳐 리스트를 작성해 보라.
첫째, 냉정하게 이직 사유 및 이전 직장의 단점과 문제점을 기록하라.
둘째, 이번 직장을 선택한 이유와 입사 전 고려했던 현 조직의 장점들을 리스팅 해보라.
셋째, 현재 직장에서 근무하며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들을 기록하라.
넷째, 그리고 난 후 생각해 보라. 자신이 생각하는 현 직장에서의 문제점이 이 조직에서만 문제점인지, 혹은 이전 직장에서도 문제였는지? 혹은 이전 직장과 현 직장을 제외한 다른 직장에서는 어떠할지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라.
이와 같은 냉정한 분석과 비교는 새로운 선택에 대한 타당성을 높여줄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조직에 대한 본격적인 안착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해도 서로 간에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20년 이상 매우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 맞대고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청소하는 방식부터 식사 문화, 그리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나 라면을 끓이는 방식 등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부는 서로 간에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이를 맞추고 조절해 나간다. 일방적으로 나의 요구나 기대만 계속해서 주장하거나 상대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 부부에게는 싸움과 상처만이 남을 뿐이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직장의 문제점들에 초점을 두고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기보다는 적극적인 타협과 조절이 필요하다. 왠지 예전 직장이 좋았던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감정적 판단 착오인 경우가 많다. 일단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적응해 보라. 그러고 나서도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들거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해도 된다.
로마를 충분히 이해하고 즐겨보지도 않고 로마가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이다. 일단은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애정하고 즐기는 것이 우선 적용해야 하는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