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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27. 2024

리더의 말..말..말..

Photo by Wan San Yip on Unsplash



* 본 글은 일반적인 글은 아닙니다. 최근 발생한 특정 이슈와 관련하여 CEO와 HR, 그리고 리더와 임원들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직 및 인사 차원의 맞춤형 글입니다. 일반인들이나 비-경영인 또는 비-HR 관계자라고 하면 내용이 불편하실 수도 있음을 미리 공지드립니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사람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말이란 그 사람의 기본적인 가치와 생각을 반영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특히 저 같은 미미한 한 개인의 말은 저 혼자의 문제로 끝나거나 그 파급력 또한 미미하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저도 뭐 큰 부담감이 글도 쓰고 스피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말이라고 하면 이는 상당히 다른 문제가 되며, 해당 리더가 관리하는 조직 전체나 구성원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게다가 해당 리더가 톱클래스의 상위 리더라면 더욱더 중요한 문제가 되며, 엔터 산업과 같이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조직 및 그 조직의 대표나 리더들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말은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개인적 수준에서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만약 이와 같은 말에 대한 책임과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한다면 그 리더는 결국 리더 자신이 중심일 뿐 조직에 대한 책임감을 부족한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1. 사상 초유의 인터뷰


Photo from Getty-Images


최근 핫이슈 중 하나가 하이브와 어도어와의 경영분쟁입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적인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 온, 방시혁 의장으로 대표되는 KPOP 비즈니스의 선두 주자인 하이브라는 회사와 수많은 걸그룹을 기획하고 성공시킨 기획자이면서 하이브의 자회사 중 하나인 어도어라는 회사의 민희진 대표와 대립과 갈등입니다. 

저는 나이도 그렇고 개인적인 관심도 그렇고 최신 걸그룹에 대한 관심이 적기는 하지만, 심리적 측면 및 인사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던 차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비즈니스 차원의 경영자와 천재급 구성원과의 대립과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문제이며, 비즈니스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항상 터지지 않은 폭탄처럼 존재하던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가 무료 2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면서 하이브라는 큰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류탄 폭발 수준의 국지전에서 우리나라 엔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자폭탄급 전면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더불어 두 사람의 거물 간의 갈등은 일반적인 조직들이 가지고 있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해 온 갈등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여러 가지 이슈들과 맥을 같이 하는 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망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잠재적 갈등 요소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바람직하고 건강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고자 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 사건에 비추어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여러 가지 이슈들도 한번 리뷰하고 검토하는 기회가 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2. 천재급 인력(또는 개성과 자기주장이 강한 인력)을 선발과 관련하여...


Photo by ActionVance on Unsplash


이 문제를 인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천재급 인력을 선발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논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두 사람 간에 의기투합하여 함께 일하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천재급 인력의 선발, 혹은 천재급 인력까지는 아니라도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은 것인가에 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의 탁월한 업적과 성과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이나 갈등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재급 인력을 선발할 때에는, 혹은 천재급 인력과의 협업을 고려할 때에는 탁월한 능력과 업적 외의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즉, 능력과 자질, 그리고 탁월한 업적 자체에는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 외의 소통능력이나 협업 능력, 또는 리더십이나 경영자로서의 태도와 자질 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꼭 해당 인력을 뽑거나 협업을 해야 한다고 하면, 이와 같은 제한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측근의 지원자나 혹은 이를 고려한 업무나 역할 부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회사라고 하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가치와 존재가 더 우선할 수 있으나 이번 경우처럼 개인의 탁월한 역량이 대부분의 성과를 좌우하는 엔터업계의 경우에는 협업이나 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던가 아니면 조직 중심 가치나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어야만 하는 자리(예를 들어, CEO 등)는 맡기지 않는 것이 향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3. CEO는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어야만 한다



CEO는 한 조직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조직의 전체 살림과 운영을 총괄하는 책임자입니다. 

그렇다면 조직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및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탁월한 능력과 업적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이와 같은 역량이 부족하거나 의문시된다면 CEO 역할을 부여하면 안 됩니다. 

대신 조직 운영과 사람 관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을 지원해 주던가 아니면 CCO(Chief Creative Director) 혹은 연구소장과 같이 자신이 잘하는 고유의 능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나머지 영역은 역할과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번에는 핫이슈로 떠올랐으나 인사적 관점에서 보면 엔터업계나 스타트업 업계 등의 경우 이와 같은 갈등이나 문제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결국 해결하거나 타협하지 못해서 조직의 결과적인 흥망이 결정되었던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아티스트나 기획자, 또는 천재급 개발자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탁월한 연구 성과를 보였던 연구자들이 조직의 대표나 수장이 되는 경우, '경영권과 자율권' 보장을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 관리와 관련된 현실적인 이슈에 시달리느라 고유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떨어지거나 열정이 감소하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혹은 조직의 대표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보다는 아티스트나 연구자 마인드로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비즈니스 중심의 조직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즉, 연구자, 개발자, 아티스트로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역량과 조직의 대표나 경영자로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역량은 매우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투자자들 또는 경영진들은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굳이 문제점을 들자면...


Photo by Kenny Eliason on Unsplash


이번 민대표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창작자로서의 그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과 놀라운 결과 등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어떤 분야에서건 이와 같은 탁월한 업적을 만들어 내는 분들을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기획하고 아티스트들을 발굴하여 육성하는 능력 및 관련된 사람들을 리딩하여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 낸 결과에 대해서는 독보적이며 그 어느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한 팩트입니다. 

다만 탁월한 업적이나 강점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단점과 개선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팩트입니다. 


인사적 관점 및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점을 거론하자면.. 


1) 감정 조절과 통제의 실패인가, 진심인가?


저는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자본금이 백억이 넘는 한 회사의 CEO가, 국내외 유수 언론들이 모두 참여한 공식적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이슈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나 답변 없이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하였을 뿐 아니라, 알고 보면 한 식구인 본사 경영진과 다른 레이블 사람들을 적나라한 쌍욕을 섞어서 비난하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내용도 객관적인 증거나 팩트 체크나 카피 여부에 대한 개관적인 판단 없이 자신의 입장에서의 주관적 호소였을 뿐이며, 역으로 본인도 다른 아티스트들을 표절했었다고 하는 비판에 대한 설명이나 반성은 전혀 없는 내로남불식 접근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터뷰가 유사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일부 창작자들에게는 힙합스러운 개성으로 보였겠지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경영자로서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많은 매체에서 이 인터뷰를 보면서 민대표님의 '진심' 또는 '진심 어린 호소'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쁘고 나와 내 새끼들만 옳다고 호소하며, 자신이 받은 엄청난 주식 가치나 그룹사와 스테핑 부서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헌신을 생각하지도 않고 비난하는 이분법적 관점의 편나누기식 피해자 코스프레는 순수하고 맑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말하는 "진심"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 회견에 대해 부정적인 몇몇 사람들이 인터뷰 내용을 '피해망상에 기초한 소설 쓰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특히 난데없이 이에 휘말려서 마음고생을 하며 함께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뉴진스 멤버들의 곤란한 입장과 각자 열심히 각자의 '진심'을 가지고 노력하던 중 창의성 없이 카피를 하는 사람으로 까내려진 사람들이나 어도어라는 자회사의 탄생과 유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업적을 함께 만들어 왔음에 불구하고 '한 개인을 담그는 개저씨 그룹'의 일원으로 비판받는 하이브라는 큰 범주의 공동체 구성원들까지를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진심"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진심은 모두를 감동시키고 진심을 보여준 사람에 대한 존경이 생기도록 하며, 진심은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고 발전하고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함부로 언급할 수 있는 고귀한 가치이자 단어입니다. 

자신의 업적에 대한 열정 부분에는 '진심'이었을지 모르겠으나 타인을 비난하거나 모두 자신의 업적이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감정적 호소가 덧붙여진다면 이는 '건강하고 올바른 진심'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2) 나의 성과인가, 조직의 성과인가?


오늘 제시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 가장 조심해야 하며, 반드시 피해야 할 문제는 바로 "나만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유능한 사람이나 스타플레이어가 가지는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는 바로 "나만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세계관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이 맞을 수도 있으나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한 영화나 엄청나게 어려운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때 리더는 다음 중 한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업적을 이룬 저 자신이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더 성공할 수 있었는데.. 저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협조해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한편 가지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업적을 이룬 우리 모두가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이 성공을 저 개인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 다해서 이룬 우리 모두의 업적이자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함께 해주신 분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리더가 말 한마디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서 나머지 구성원들이 받는 영향과 그로 인한 장기적인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만약 '나만의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일반직원이거나 중견 리더 정도만 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저도 굳이 언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조직을 대표하는 탑 CEO라면 이것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개인에 대한 평가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의 주식 가치 보호나 향후 비즈니스 전망이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이 없이 개인적 감정에 의거하여 공적인 활동을 수행했다면 이 자체부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 역량이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업 조직이나 엔터업계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문제들이 흔히 발생합니다. 

이로 인한 경영진과 현업 스타 간의 갈등도 항상 있어 왔습니다. 

이번 건이 유난히도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기자회견이라는 공적인 방법을 통해 소위 '힙합 한 방식'으로 적나라하고 감정적인 표현들이 대중을 자극했을 뿐입니다. 

이는 모든 개인과 조직이 가지는 갈등이며, 특히 스타플레이어나 개인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 산업에서는 항상 존재하였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고, 영원히 뚜렷한 정답 없이 해결되지 않을 문제입니다. 

다만 그것을 조직과 개인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협의하고 조율하여 문제나 갈등을 최소화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입니다.  


3) 진짜 부모인가,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진 리더인가?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는 가족 등 혈연관계와 같은 일차적 관계가 아니며, 비즈니스 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목적적인 이차적 관계입니다. 

이와 같은 조직의 성격과 목적에 대한 혼란이 있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며 특히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이나 서운함이나 배신감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적 반응과 상처가 발생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부모-자식 관계는 끊어질 수 없는 관계이지만 조직과 구성원은 각자의 이익과 목적에 따라 함께 하거나 혹은 관계를 종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그런데 열정적인 리더나 구성원들의 경우 이를 헷갈려하면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는 사례는 조직 대상 코칭이나 상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게임 회사나 IT 업계의 예로 들자면, 수년 동안 함께 밤새며 작업하고 술 먹고 위로하고 지지하며 서로 욕하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화해하고 다시 의기투합하며 정이 듭니다.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가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대감이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적 갈등과 소모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가족'을 먼저 챙긴다는 마음과 '가족'에 대한 좋은 마음으로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너는 내 가족이지!'라는 생각에 스카우트를 해왔다가 서로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관계가 틀어져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말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하여 배신감에 치를 떨기도 하며, 내가 '가족'과 같이 돌보았는데 왜 너는 나를 가족처럼 대하지 않는가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를 가지는 경우 또한 아주 흔합니다. 

그런 경우 리더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는 정말 그 친구를 제 동생같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가족보다도 더 소중하게 대해주고 헌신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그 친구 내보내라고 할 때 제가 제 일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다 막아줬는데.. 저한테 그렇게 반발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이건 완전히 배신입니다! 배신!'


개인적인 친밀함과 비즈니스 상 계약은 다른 것이며, 각각의 관계는 서로 기대하고 요구하는 내용이 다른 법입니다. 

해당 대표님이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출산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할 정도로 열정과 노력을 가지고 임하신 것은 충분히 존중하고 대단한 열정에 한없는 존경을 보냅니다. 

그런데 진짜 자식은 아니며 진짜로 내가 출산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을 돌보고 보호하고자 하는 열정 부모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은 "내 자식"이 피해를 본 것과 같은 분노가 생기며, "내 자식"의 성공을 가로막는 적군으로 생각하게 되고, "내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이로 인해 냉정한 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선 넘는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즉, 이와 같은 마인드는 자칫하면 "내 자식만 너무 챙기는 부모" 또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부모" 혹은 "내 자식의 성공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는 부모가 대신 싸우고 해결한다"라는 마인드를 가진 스카이캐슬의 부모들과 같은 문제를 조직 내에서 보일 위험성도 있습니다. 


4)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감정적인 싸움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은 전적으로 피해자이며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고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 또한 상대방의 잘못이고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부부나 연인 간의 감정싸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제이며, 감정싸움으로 번진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들의 머리채 잡는 싸움에서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결론은 남에게 똥을 던지려면 내 손에 똥을 묻힐 수밖에 없는 것처럼 둘 다 피해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도 전형적인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민대표님 측에서는 '개저씨'들이 중심이 되어 '일 잘하는 누군가'를 '담그려는 악한 시도'라고 프레임을 잡아 버렸습니다.  

이는 그 싸움에 관여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도어라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이미 반복적으로 들어온 대표님의 프레임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뉴진스 멤버들이나 부모들과도 같은 프레임을 공유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칫하면 가스라이팅이나 그루밍이 될 위험성도 높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감정적 대립과 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런 정도의 욕을 먹고 가만히 있을 사람도 없으며, 그 반격으로 인한 서로 간의 상처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뿐입니다. 

이번 문제로 인해서 과연 누가 피해를 입었을까요?

당연히 둘 다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싸움을 '개싸움'이라고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민대표님은 대단한 심리적인 피해를 받았을 뿐 아니라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되면 그 심리적 피해는 더 심화될 것이며, 세부적인 계약 내용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1,000억이 넘어가는 보상도 날아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회사 역시 이미 1조에 가까운 시가 총액이 날아갔으면 그나마 기관투자자들은 낫지만 월급을 모아 모아 투자하고 투자를 했으니 뉴진스를 비롯한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성공을 바라던 개미들까지 손해가 막심합니다. 


앗..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게임 산업의 가치와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게임은 중독이라고 피켓 들고 시위하는 몇몇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게임 산업에 엄청난 제약을 걸고 철퇴를 내려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산업의 부흥을 이끌기도 한 것처럼, 전체적인 관점에서 KPOP과 경쟁하는 J-POP이나 C-POP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지금 대박 났다고 완전히 신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경영자는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적인 판단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리뷰하고 조망하며, 잠재적으로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한 후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Photo by Roman Kraft on Unsplash


이 글을 보시면서 어떤 분들은 너무 조직 관점에서 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맞습니다. 

이 글은 CEO와 HR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섹션에 올리려고 쓰는 글이며,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지극히 인사적 관점에서의 분석과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또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합니다. 


조직과 비즈니스 세계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솔직히 BTS가 말하는 세계 평화도 아니며, 팬들의 정신건강도 아닙니다. 

실제로는 조직의 성과이며, 쉽게 말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다만 돈을 버는 방식이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며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할 뿐 아니라 행복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팬들이나 아티스트들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며, 조직의 비즈니스와 아티스트들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 전체 구성원들에게 아픈 상처와 조직 내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였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진지한 자기 성찰과 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입니다. 

성격적으로나 업무적으로 가능하면 싸우지 않는 것을 권하기도 하며,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행동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아주 심각하게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가장 큰 걱정은 아직 청소년인 뉴진스 멤버들을 비롯하여 르세라핌이나 새롭게 출발하는 아일릿 등과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이 받게 될 영향입니다. 


아직도 순수하고 맑은 영혼으로 춤과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진심에 상처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상처나 문제는 단지 아티스트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이들의 팬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걱정을 할 위치도 아니며 누가 저에게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기는 하나 정신건강 전문가로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길 것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번에 제가 상당히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이와 같은 적나라한 쌍욕을 감정적으로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CEO의 입장이 이해와 공감이 간다는 동정 여론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당장 오늘 다녀가신 제 내담자분께서 민대표님의 기자회견을 봤으며 그의 입장과 힘든 마음이 너무 공감되고 이해되며, 너무 불쌍하고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과 너무 유사한 것 같다는 과한 감정적 동일시를 하셨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본인의 우울함과 억울함과 분노와 적대감을 더 체계화시키고 증상은 더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글을 쓰기는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이미 많이 퍼져 있었으며,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중의 인기와 성원, 그리고 그들의 팬덤으로 현재와 같은 성공을 이룬 공인이라면, 자신들이 대중에게 미칠 영향, 특히 부정적인 영향, 특특특히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청소년들이 받을 영향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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