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Sep 21. 2024

결혼은 사랑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Photo from Getty-Images



0. 결혼, 인륜지대사(人倫之 大事)


Photo from Getty-Images


결혼은 인륜지대사가 맞습니다.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결혼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사회적인 것도 있으며, 관계 차원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경제적인 면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쉽게 하기도 어려우며, 종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연인들이 관계가 깊어지면서 (결혼을 하게 되든, 안 하게 되든) 결혼을 고민하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결혼을 하게 된 후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차이로 인하여 많은 갈등과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수많은 고민 후에 결혼을 종결하기로 결심한다면, 그 또한 결혼을 결정할 때보다 더 큰 문제와 심리적 어려움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의 이면에는 결혼이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와 착각들이 있습니다.  


결혼은 단지 사랑만으로 살 수 있는 관계가 아니며,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복합적인 관계입니다. 

이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식과 이해가 있어야만 합니다.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결혼을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결혼을 종결하는 결심을 했을 때에도 결혼에 대한 분명한 리얼리티에 근거하여 생각하고 판단해야만 합니다. 

이와 같은 결혼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막연한 환상과 이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만족스러운 결혼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1. 이성과의 사랑.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너를 사랑해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


대부분의 결혼은 이성적 관심으로 시작되며, 이성적인 상호작용이 바탕이 됩니다. 

이성적 호기심과 관심에서 연애가 시작되며, 연애가 무르익으면서 결혼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이성적 관계 차원에서의 결혼은 성적인 활동을 포함하며 배타적인 관계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배우자의 정조의미와 성적순결의무를 위반하는 부정행위는 이혼의 1순위 귀책사유가 됩니다. 


클럽에서 눈이 맞아 강렬한 이성적 호감에 끌려 뜨거운 육체적 사랑을 나누며 곧바로 결혼에 골인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 많이 있는 '정략결혼'처럼 이성적 관계보다는 비즈니스적 차원의 결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플라토닉 러브나 친구와 같은 사람과 결혼을 기대하는 경우에는 이성적 사랑이 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합니다. 

때로는 결혼을 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성적 욕구 수준이나 취향(?)이 맞지 않아 결국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성적 사랑은 대부분의 결혼의 전제가 되며 결혼이 다른 관계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게다가 인간이 동물이라는 전제 하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용인된 관계 내에서의 합법적(?) 종족 번식과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 요소입니다. 

만약 이성적이고 성적인 부분에서의 만족은 행복한 결혼에서 중요한 요소이며, 이 부분에서의 문제는 결혼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이혼에 이르는 원인이 됩니다. 



2. 생활 공동체. 알콩달콩 소꿉놀이 하듯이


Photo from Getty-Images


결혼은 '가족(家族)'을 구성하는 것이며, 다른 말로는 '식구(食口)'가 되는 것입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혼인을 통해서 혈연관계에 준하는 관계가 되기로 약속한다는 것을 포함하며, '식구'가 된다는 것은 끼니를 함께 하는 것 이상으로 함께 거주하며 생활을 같이 하는 생활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 공동체가 된다는 것은 한 공간을 공유하며 의식주를 같이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20년 이상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의식주를 해왔기 때문에 생활을 함께 하면서 겪는 이견이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소소한 불만족이 쌓이게 되며 이는 댐을 무너뜨리게 되는 작은 균열과 같이 결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생활 공동체로서의 결혼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결혼 전 자기들 만의 공간을 꾸미기 위한 혼수 준비 과정에서나 즐겁지 그 외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르게 살아왔던 생활 습관을 서로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연애할 때에는 애인을 만나러 갈 때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멋지게 차려입거나 꾸미고 나갑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연애할 때 보았던 꽃단장한 모습보다는 한편으로는 불편했던 꽃단장을 해제한 편안함을 중심으로 한 평상복 차림의 상대방의 모습을 주로 보게 됩니다. 

먹는 것 차원에서 보면, 외식에 대한 태도나 빈도는 물론 식사를 하고 나서 곧바로 설거지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담가 놓았다가 나중에 할 것인가도 서로의 스타일이 있으며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라면 하나 끓이는 과정에서 수프를 먼저 넣는 사람과 면을 먼저 넣는 사람이 있으며, 푹 익은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과 꼬들꼬들한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게다가 계란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뿐 아니라 한참 끓는 중간에 계란을 풀어서 넣는 것인지 아니면 거의 다 익은 상태에 살짝 익도록 넣을 것인지까지 서로 맞추려면 엄청난 신경전을 벌여야만 합니다. 


그나마 콩깍지에 씌어서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고, 모든 것을 다 양보해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고, 오히려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 자체가 기쁜 진정한 신혼이 지나가고 나면 그동안 생활 상에서 어긋났던 소소한 생활 방식들이 거슬리기 시작하는 때가 옵니다. 

그때가 되면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내 방식을 포기할지, 아니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을 바꾸어 내 방식에 맞출지에 대해서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조율 과정에서 자신의 생활 방식을 주장하는 배우자에게 '당신은 어쩜 이렇게 자기 맘대로만 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대놓고 반박하는 순간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되며, '헐.. 이제는 애정이 식었구나!ㅠㅠ'라고 감정적인 반응까지 더해진다면 본격적인 결혼 전쟁이 시작되게 됩니다. 



3. 경제 공동체. 네 돈은 내 돈인데 내 돈은 네 돈일까


Photo by Mathieu Stern on Unsplash


결혼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나눌 수 있고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며, 이는 작게는 몇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부담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숨만 쉬더라도 한 달에 생활비가 몇 백씩 들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결혼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바로 경제 공동체라는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가족을 구성하면 어쩔 수 없이 경제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에는 돈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그 돈을 벌어야 합니다. 

가부장적 사회가 보편적이던 시절에는 돈을 벌어오는 주체는 주로 아버지였으며, 부인은 내조와 양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결혼 과정에서도 대체로 집은 남자가 해 오고 혼수는 여자가 해 온다던가 하는 성별에 따른 관습적인 역할 분담도 분명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변화, 특히 성역할 상 변화에 따라서 이와 같은 전통적인 관점은 많이 달라졌으며, 이로 인한 정답이 없는 신경전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결혼 전부터 많은 갈등이 발생하며, 결혼한 후에도 경제적 수익 활동과 집안일에 대한 역할 분담과 가치 평가로 인한 이견과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된장녀라던가 퐁퐁남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하며 서로의 성별에 대하여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남혐 또는 여혐 현상이 심화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혼 과정에 돌입하게 되면 이와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대립과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됩니다. 


결혼 관계에서의 경제적 역동도 기본적으로는 "Give-and-Take"의 원리로 조망하면 간단합니다. 

다만 각자의 생활 상의 기여도나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여 등 비가시적이고 비정량적인 요소들에 대한 값어치를 매기는 관점과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4. 심리적 안정감 및 안식처. 당신은 영원한 & 무조건적인 내편이 되어 주세요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심리학 개념 중에 'Secure Base'라는 것이 있습니다. 

굳이 번역을 하자면 '심리적 안식처' 정도가 될 것이며, 그 의미는 '내가 충분한 안전감을 가지고 기대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험하고 거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지치고 힘들 때 다치고 힘든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심리적 에너지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입니다.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와 같은 기능이나 역할을 언급하지는 않으나 (새로운) 가족이라는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고려할 때 결혼은 이와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보통 부모와 가족들이 이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청소년기가 되면서 심리적 안식처로서의 가족이나 부모의 기능은 (적어도 외적으로는 '중이병'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며)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녀들의 성장에 따른 가족 내적 역동의 변화일 뿐이지 궁극적인 마음의 안식처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원가족으로부터의 진정한 심리적 독립은 결국 결혼을 통해 이루어지며 주거 상 및 경제적 독립 보다도 중요한 구분점은 'Secure Base'가 변경되는 것까지 이루어져야 진정한 심리적 독립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심리적 안정감과 안식처로서의 기능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결혼 3~5년까지는 결혼으로 인한 새로운 심리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보통은 원가족에 대한 심리적 의존성과 새로운 결혼 관계로 인한 심리적 의존성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결혼으로 인한 건강한 심리적 동맹이 이루어지고 공고해지면서 점차로 원가족과의 독립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최근에는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심리적 독립을 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으며, 원가족들이 원격 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끼쳐 결혼 상의 갈등이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5. 심리적 관여. 그놈의 정 때문에


Photo by Matt Bennett on Unsplash


결혼의 핵심 요소 중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심리적 관여'입니다. 

"관여(關與, involvement)"란 사전적 의미로는 '관계하고 참여하다'로써, 사람들이 모인 일련의 조직이나 집단의 역동을 보는 데 있어서 항상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입니다. 

결혼을 비롯한 모든 조직이나 집단에서 심리적 관여는 조직이나 집단의 활동에 대한 몰입이나 열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이고 사적인 생활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혼에서의 심리적 관여는 결혼의 건강함과 만족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오랜 세월 서로 함께 하면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관계들과 차별화될 정도의 독특하고 고유한 "정(情)"이 생겨버리고 맙니다. 


물론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도 관여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하면서 같이 갔던 카페나 여행지, 그리고 주로 했던 활동들이 이에 포함되며, 서로의 행동 방식이나 대화 패턴에 익숙해지는 것이나 서로의 패턴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결과물들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목적적 집단인 회사나 조직에서도 관여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회사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여부이며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이나 열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결혼은 의식주를 함께할 뿐 아니라 퇴근 후나 휴일, 그리고 개인적 활동의 대부분의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생활에 대한 관여 수준이 가장 높은 관계입니다. 

불행히도 서로에게 어느 정도 관여되어 있으며, 그 관여로 인한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중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애할 때에도 헤어지고 난 후에야 상대방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그 관계에서 차지하고 있던 관여 수준을 깨닫게 되며, 회사나 조직의 경우에도 퇴사하고 난 다음에서야 회사가 자신에게 미치고 있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깨닫게 되곤 합니다. 

결혼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간의 심리적 관여 수준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되면 이혼 후 우울증에 걸리거나 공허함과 허전함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크게 겪을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처럼 결혼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요소들은 결혼할 때 중요하지 않으나 살면서 중요하게 되는 것도 있으며, 어떤 요소들은 결혼에 영향을 미치나 어떤 요소들은 이혼(의사결정 또는 고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결혼 상담을 하는 경우, 이와 같은 다차원적인 측면들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인 분석과 판단을 해야 하며 그래야만 균형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외적 요인 중 하나는 '원가족과의 관계'이며, 특히 명절 때가 되면 이로 인한 문제들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결혼한 부부의 내적 요구나 기대, 그리고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따라서도 서로 다른 중요도와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이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에도 각기 다른 요소들로 인하여 이혼을 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측면들을 고려한 균형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부부는 어떤 요소들을 더 중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유용하며, 어떤 요소들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겪고 있는지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결혼을 통한 건강하고 균형적인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oving-marriage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divorc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