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철학 ⑥] 화물은 수단이고 부력은 본질이다

소유와 존재의 균형

by 자아

배는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실어 나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나는 안다. 배를 가장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동시에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그 ‘실려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이번 항해에서 나는 인생의 화물창을 채우는 ‘소유’와 배를 뜨게 하는 ‘존재’ 사이의 정교한 역학 관계를 고민해 보았다.


1. 어느 정도의 화물은 배를 안정시킨다

어느 정도의 소유와 화물이 배를 안정시킨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화물이 전혀 없는 빈 배는 파도에 쉽게 흔들리고, 무게중심이 높아져 오히려 전복될 위험이 크다. 인생에서도 적절한 소유와 성취는 우리를 지탱하는 든든한 무게중심이 되어준다.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경제력, 사회적 지위,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는 거친 사회라는 바다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소중한 화물이다. 적당한 소유는 우리 삶에 안정감을 주고, 생존에 대한 불안을 상쇄시켜주며, 더 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심리적 토대를 마련해 준다.


2. 소유가 목적이 되는 순간, 배는 가라앉는다

문제는 이 화물이 과도해질 때 발생한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소유 그 자체가 항해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화물창을 더 채우고 싶은 욕심에 배의 허용 한계를 넘기기 시작하면, 배는 감항성(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침몰하게 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알 수 있듯, 거대함과 화려함이라는 소유에 집착하여 정작 본질적인 안전과 한계를 간과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 과도한 소유는 배의 흘수를 위험할 정도로 깊게 만든다. 겉으로는 묵직하고 거대해 보일지 모르나, 수면과의 여유 공간이 사라진 배는 아주 작은 파도에도 쉽게 침수될 수 있다.

배의 본질적 사명은 화물을 이송하는 것이지만, 그 화물이 배의 존재(부력)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화물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부력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먼저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3. 존재는 부력이고, 성장은 엔진의 출력이다

나의 존재 가치를 내가 가진 것에서만 찾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 상태 그 자체에서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끝까지 침몰하지 않는 비결이다. 성취가 지도 위의 좌표라면, 성장은 그 좌표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의 숙련도와 엔진의 출력이다.


항구에 도착하면 화물은 언제든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결국엔 사라질 것들, 내 몸 밖으로 나가는 것들이다. 하지만 거친 바다를 건너며 단련된 내 엔진의 출력과 나만의 숙련도는 영원히 나의 것으로 남는다. 화물이라는 목적은 항구마다 바뀌지만, 부력이라는 본질과 성장이라는 동력은 항해 내내 나를 지키는 유일한 힘이다.


우리 인생도 이 배와 같다.

우리는 화물을 실어 삶의 목적을 달성하되, 그것이 내 존재를 짓누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화물창의 무게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오늘 내 배가 충분한 부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내 안의 엔진은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먼저다.


화물은 수단일 뿐이고, 뜨는 힘은 내 안의 부력에서 나온다는 사실.

이 명쾌한 진실이 나의 항로를 비추는 등대가 되어준다.

작가의 이전글[바다 위의 철학 ⑤] 마도로스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