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존재의 균형
배는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실어 나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나는 안다. 배를 가장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동시에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그 ‘실려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이번 항해에서 나는 인생의 화물창을 채우는 ‘소유’와 배를 뜨게 하는 ‘존재’ 사이의 정교한 역학 관계를 고민해 보았다.
어느 정도의 소유와 화물이 배를 안정시킨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화물이 전혀 없는 빈 배는 파도에 쉽게 흔들리고, 무게중심이 높아져 오히려 전복될 위험이 크다. 인생에서도 적절한 소유와 성취는 우리를 지탱하는 든든한 무게중심이 되어준다.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경제력, 사회적 지위,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는 거친 사회라는 바다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소중한 화물이다. 적당한 소유는 우리 삶에 안정감을 주고, 생존에 대한 불안을 상쇄시켜주며, 더 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심리적 토대를 마련해 준다.
문제는 이 화물이 과도해질 때 발생한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소유 그 자체가 항해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화물창을 더 채우고 싶은 욕심에 배의 허용 한계를 넘기기 시작하면, 배는 감항성(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침몰하게 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알 수 있듯, 거대함과 화려함이라는 소유에 집착하여 정작 본질적인 안전과 한계를 간과할 때 비극은 시작된다. 과도한 소유는 배의 흘수를 위험할 정도로 깊게 만든다. 겉으로는 묵직하고 거대해 보일지 모르나, 수면과의 여유 공간이 사라진 배는 아주 작은 파도에도 쉽게 침수될 수 있다.
배의 본질적 사명은 화물을 이송하는 것이지만, 그 화물이 배의 존재(부력)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 화물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부력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먼저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 가치를 내가 가진 것에서만 찾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 상태 그 자체에서 찾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끝까지 침몰하지 않는 비결이다. 성취가 지도 위의 좌표라면, 성장은 그 좌표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의 숙련도와 엔진의 출력이다.
항구에 도착하면 화물은 언제든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결국엔 사라질 것들, 내 몸 밖으로 나가는 것들이다. 하지만 거친 바다를 건너며 단련된 내 엔진의 출력과 나만의 숙련도는 영원히 나의 것으로 남는다. 화물이라는 목적은 항구마다 바뀌지만, 부력이라는 본질과 성장이라는 동력은 항해 내내 나를 지키는 유일한 힘이다.
우리 인생도 이 배와 같다.
우리는 화물을 실어 삶의 목적을 달성하되, 그것이 내 존재를 짓누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화물창의 무게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오늘 내 배가 충분한 부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내 안의 엔진은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먼저다.
화물은 수단일 뿐이고, 뜨는 힘은 내 안의 부력에서 나온다는 사실.
이 명쾌한 진실이 나의 항로를 비추는 등대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