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철학 ⑤] 마도로스의 운명

가장 거친 곳에서 만난 가장 순수한 사람들

by 자아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 곁에 있는 동료들이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해 마지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쇠 냄새 가득한 엔진룸과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 사이에서, 나는 세상 그 어디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영혼들을 마주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닻을 내린 사람들

선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대개 한 가지 공통된 본질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결심'이다.

좁은 선실에서 몇 달씩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워하고,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들이 버텨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조금 더 힘들더라도 내 아이의 미래를, 내 아내의 평온한 일상을, 내 부모님의 노후를 지켜주고 싶다는 그 간절함 때문이다.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생의 무게를 짊어지기로 선택한 사람들. 그 근본적인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기에 나는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전우애

바다 위에서는 가식이 통하지 않는다. 태풍이 몰아치고 긴급하게 기계를 수리해야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은 투명하게 드러난다. 서로의 안전을 내 생명처럼 챙기고, 거친 말투 뒤에 숨겨진 진한 배려를 읽어낼 때마다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비록 우리가 사회적 잣대로 평가받는 화려한 직업군에 속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에게는 서로를 신뢰하는 강력한 연대가 있다. 같은 파도를 넘고 같은 밥을 먹으며 형성된 이 유대감은 육지의 그 어떤 화려한 인맥보다 견고하다. 선한 의지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 내 직장 동료라는 사실은, 내가 이 거친 바다 위에 서 있는 가장 큰 자부심이다.


숭고한 희생이 만드는 항해

누군가는 우리를 그저 바다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선원들은 각자의 우주를 책임지고 나아가는 가장 용감한 항해사들이다. 비록 몸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환경적으로 고립되어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가족이라는 안식처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이들의 순수한 희생과 열정이 모여 거대한 배를 움직이고 세계의 에너지를 실어 나른다. 거친 바다 위에서 피어나는 이 따뜻한 인류애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이 일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일은 힘들 수도 있지만, 웃음은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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