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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이 소용없다는 말 (2)

심리상담, 기대와 현실

1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읽고 오기 클릭!



요즘 심리상담 경험을 부정적으로 서술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도움이 안 됐다.

+ 돈만 아까웠다.

+ 차라리 친구랑 수다 떠는 게 낫다.

이런 표현이 종종 눈에 띈다. 상담사로서 이런 글들을 읽을 때면 마음이 쓰이고, 때로는 허무하거나 초조해진다. 요즘 표현으로 ‘긁힌 거‘ 겠다.


물론 모든 상담 경험이 좋은 경험일 수는 없다. 나를 만난 이들이 상담실을 나간 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전혀 모른다.

정신분석학의 시각에서 보면, 상담은 무의식을 건드리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이다. 때로는 그 불편함이 상담자에게 투사되기도 한다. “선생님은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더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 혹은 스스로 자기 삶 전체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상담자들이 “그건 내담자의 문제다”라며 거리를 두거나, “상담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만 해서는 안된다 생각한다. 그리 생각하고 회피한다면 전문가라 하긴 곤란하다. 중요한 건 내담자가 왜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또 상담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차분히 검토하고 설명하는 일인 것 같다.


실제 내담자는 상담실에는 매우 다양한 기대를 갖고 온다. 이를 표현하기도 하고 않기도 하고, 기대는 있지만 알지 못해 표현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 오은영 박사님처럼 다 아는 답을 주세요.

+ 저는 방법만 원해요. 저 어떻게 하면 되나요

+ 그냥 무조건 내 마음을 공감해 주세요.


이처럼 내담자의 기대나 욕구는 각기 다르다. 그러나 상담은 만능 해결책을 내놓는 서비스가 아니라,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칼 로저스(Carl Rogers)가 말했듯, 상담의 본질은 “한 인간이 진정으로 이해받고 수용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변화할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상담 경험이 때로는 실망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험 자체가 상담의 무가치함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미용실에서 디자이너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머리를 자르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는 않듯 말이다. (인용: 정신분석적 사례이해) 중요한 건, 불편한 점을 표현할 수 있는 믿음, 나에게 맞는 상담자를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상담자 역시 상담의 한계와 가능성을 진솔하게 알고 소통하려는 태도다.


상담은 정답을 주는 시험지가 아니라, 함께 길을 걸어가는 여정에 가깝다. 때로는 길이 막히기도 하고,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여정이 헛된 것은 아니다. 상담이란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경험 속에서 내 안의 힘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혹시 상담에서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상담 자체의 실패라 단정 짓기보다는 나와 맞는 길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심리적 여정은 한 번의 만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담실 문을 다시 두드릴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자신을 지켜보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중요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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