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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이 소용없다는 말 (1)

정말 상담이 소용없을까?


우리가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나'

그리고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

이런 것들은 단순히 타고난 기질이나 몇 번의 선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시간과 깊은 에너지가 스며 있다.

지금의 내가 나를 생각하면 떠올려지는 경험과 감정들,

가족의 무의식적인 소통과 기대,

몇 세대를 걸쳐 내려온 문화,

나아가 우리가 속한 지역과 나라 등 보이지 않는 집단적 가치관이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성격이라는 틀(구조)을 이루게 된다.


그렇기에 객관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추측하거나 상담실에서 확인하고 나누는 개인의 ‘성격’이라는 것은 결코 얕지 않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작은 습관 하나, 생각을 바꾸고 재결심하는 일조차, 그 뒤에 겹겹이 쌓인 시간과 무게를 건드리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


요즘 종종

상담해 봤자 소용이 없더라,

상담은 단기간 변화가 어렵냐,

정답이 없냐고 물으며 상담의 효과에 의문 제기하는

글들을 종종 보게 된다.

어쩌면 그 의문에 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보는 중이다. 상담을 통한 변화는 마치 오래도록 얼어붙은 땅을 햇볕으로 서서히 녹이는 과정과도 같기에,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란 어렵다.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갑작스러운 열풍보다는 묵묵히 비추는 햇살이 땅을 녹여내는 게 안전하듯 상담 역시 시간과 꾸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상담이 가지는 힘은 분명하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순간,

비록 삶 전체가 단숨에 바뀌지는 않더라도

"아, 내가 왜 이런 길을 걸어왔는지"

"내가 살아낸 방식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깊이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삶의 길목에서 작은 전환점이 된다. 거대한 집단무의식과 문화의 틀 속에 놓여 있음은 불변하더라도 그 안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자각하고 조금은 다른 길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그 힘은 경험해 봐야 더 선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은 모호하지 않은가?


상담은 우리가 걸어온 ‘살아온 방식’을 이해하고, 굳건히 ‘살아낸 방식’을 존중하며, 조금 더 나다운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통찰의 순간이자 가장 소중한 자리임은 분명하다.


물론 상담 외에도 우리를 통찰의 순간으로 이끄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고요한 사색 속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책이나 영화 속 인물의 삶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때로는 곁에 있는 소중한 이의 공감과 객관적인 시선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을 이해해 나가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단단한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 중에서도 상담이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바로 훈련받은 전문 상담자가 그 상황에 당신과 온전히 함께 존재하며, 안전하고 깊이 있는 탐색의 길을 안내한다는 점일 것이다. 단순한 조언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질문을 던지고, 혼란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도록 돕는 전문적인 동반자로서 말이다.


그들의 존재는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고, 때로는 감춰진 나를 만나게 하여,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고, '살아낸 방식'을 더욱 존중하며, 결국에는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곤 한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면 좋겠다. 좋은 건 좋은 대로 불편한 건 불편한 대로

처음 누군가를 찾아가 이야길 시작한 용기만큼 불편한 것도 용기 내어 상담사와 함께하면 좋겠다.


상담사는

그 마음에도 다정하게 귀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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