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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는 ‘피난 유도등’이 있나요?

전문상담사의 어느 날

피난 유도등

; 내 마음에 미리 켜두는 작은 빛


며칠 전 상담 종결하는 내담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 저에게는 생명수 같은 시간이었죠 ‘

아! 그 말은 다시 내게 또 다른 ‘생명수’가 되었다.

그 덕분에 더 깊이 생각하고

상담에 대해, 삶에 대해 겸손하게 성찰해 본다.

내가 감히 ‘생명수’를 제공했다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내담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어쩌면 나는 그 순간 그분의 ’비상구‘가 되어주긴 했을까 싶다. 혹은, 피난 유도등을 찾는 걸 함께 했을까?


어두운 길을 밝히고, 혼란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비춰주는 작은 빛말이다. 위기상황에서는 그 빛의 존재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편안해지고, 내면의 위기를 헤쳐 나갈 힘을 얻는 것 같다.


’소방 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내가 참여했던 소방안전교육에서 위기 상황에 필요한 피난 유도등과 비상대피로를 사전에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마음에도 똑같이, 어두운 순간에 길을 밝혀주는 ‘피난 유도등’이 필요하고, 언제든 나갈 수 있는 ‘비상대피로 혹은 비상구’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삶은 잔잔하지 않다. 어떤 날은 미풍이 지나가지만,
또 어떤 날은 거센 파도가 갑자기 덮쳐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마음속 비상구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흔들리고 지치고 혼란할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안전한 내면의 공간은 있나?


대상관계이론이 말하는 ‘안전지대’ 말이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지쳐도 마음 깊은 곳 내적 공간으로 돌아가 잠시 머물며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


그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품일 수도 있고,
기억 속에 남은 한 장면일 수도 있으며,
내가 만든 작은 의식이나 습관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안전지대, 비상구, 안전망’의 필요성이나 의미는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전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것은 복도의 피난 유도등처럼,
그런 비상구를 향한 길을
미리 내 삶 곳곳에 설치해 두어야 한다는 사실
- 다정한 상담쌤 -


피난 유도등은 비상시 행운을 바라며 발견하는 빛이 아니라, 내가 길을 잃더라도 반드시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세심하게 배치해 둔 빛들이다. 어떤 불빛을 따라, 내가 가면 안전할지 미리 알도록 내 삶의 여러 순간과 공간에 촘촘히 놓여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거센 파도가 몰아칠 때
나는 그 빛들을 따라 흔들리지 않고
안전한 내면의 비상구로 향할 수 있다.


그 빛을 스스로를 돌보고,

기억하며, 붙어보기도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단 한 사람이라도,

한 장소라도,

심지어 단 한 문장이라도

내가 ‘다시 나답게’ 서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숨 쉴 힘을 얻게 된다.


누군가는 기도의 순간에서,
누군가는 묵묵히 써 내려간 일기장에서,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목소리에서…


삶은 끊임없이 변하고, 파도는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는 미리 내 마음 곳곳에
작은 빛을 켜 두고, 비상구가 있다는 걸 안다면 괜찮다.


그 빛이 흔들리는 나를 지켜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위기는 예고 없이 온다. 그래서 마음의 피난 유도등은 미리 내 삶 여러 지점에 여러 개 설치해 두고, 평소에 “찾아가는 연습”을 해두어야 작동한다. 이런 빛들이 마음 곳곳에 있을 때, 삶의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우리는 그 빛을 따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언젠가 퇴직을 앞둔 분께 직장생활을 성실히 하는 비결을 여쭈었더니 취미활동을 한 것이라 했다. 같은 의미가 아닐까?


‘피난 유도등’을 미리 설치하는 실천법


다섯 가지로 제안해 본다.

+ 사람: 한두 명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

+ 장소: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을 의식적으로 만들기

+ 문장: 위로 글귀나 나만의 문장을 여러 곳에 배치

+ 루틴: 짧은 명상, 호흡, 글쓰기 등 안정감을 주는 일상적 의식

+ 도구: 촉각·청각적 앵커(향, 음악, 작은 물건 등)를 갖고 다니기


이 다섯 가지를 내 삶의 곳곳 혹은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배치하자! 그래서 어느 비상 상황에도 최소 하나 이상의 유도등을 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유도등’을 찾는 연습과 점검의 중요성

단순히 설치해 놓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실제로 그 유도등을 인지하고, 찾아가도록 켜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의 등불을 찾는 연습을 권한다.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나에게 잘 맞는 유도등을 새로 찾아 추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난 유도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

+ 사람(안전한 대상)

점심시간 10분 통화 가능한 사람 1–2명

말없이 들어주는 역할을 맡아줄 동의받은 친구 1명

+ 장소(안전한 공간)

회사 근처 7분 거리 산책 코스

건물 1층 조용한 로비 의자

집에서 빛이 부드럽게 드는 코너(담요·책·차 준비)

+ 문장(앵커 문구)

“지금은 지나가는 파도다. 시간은 흐른다.”

“나는 소중하다. 나를 기다리는 00이 있다”

+ 루틴(짧은 의식)

3-4-5 복식호흡

(3초 들이마시고 4초 멈추고 5초 내쉰다) 5회

손 씻기–따뜻한 물 한 잔

+ 도구(촉각·청각·시각 앵커)

주머니용 미니 오일/차 향, 작은 매끈한 돌 1개

이어폰과 좋아하는 음악 최소 3곡 등


글을 쓰던 날, 친한 친구가 이런 이미지를 보내주었다.

요즘 그녀의 앵커 문구인가 보다. ^_^

출처: calligraphy by yuche



오늘, 당신의 피난 유도등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나에게 마음껏 다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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