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일을 하는 아이

대니얼 핑크, ≪드라이브≫ (청림출판, 2011)중 한 단락

by 김바리
따분한 일의 경우에는 보상이 사람들의 내재 동기를 잠식하지 않는다. 잠식당할 만한 내재 동기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대니얼 핑크, ≪드라이브≫ (청림출판, 2011)


영어 단어 암기는 따분한 일일까 창의적인 일일까? 곧 6학년이 되는 첫째 조카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최근 2-3년 정도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를 싫어하게 된 조카를 위한 대안이었다. 원서를 읽고, 통문장 쓰기 연습을 하고, 단어도 외운다. 단어를 꼭 외웠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바람도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덜 재미없게 외우게 할까 고민했다.


단어 10개 중 7개를 맞히면 보상을 주겠다고 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싶어 했다. 자신의 생일에 아이패드를 사는 데 저축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5,000원의 보상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언니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있었다. 내재적 동기가 아니라 돈을 받기 위한 외재적 동기로 공부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더 큰 목적을 위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언니들의 걱정에 나 또한 우려가 되기 시작했다.


단어 암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다시 발자국을 떼어주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보상을 걸되, 그 보상이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되길 바랐다. 언니들의 걱정을 들은 이후로는 나 역시 ‘만약~ 그러면~’이라는 조건을 말로 직접 내뱉는 것을 조심하려고 한다.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조카는 이제 이 5,000원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을 것이다. 수업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났고 영어 수업도, 단어 암기도 지금은 그냥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 되었다. 단어 시험을 잘 보고 나서 돈을 아이부자(저축 앱)에 입금했는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만큼 이모를 믿어준다고 생각하고 싶다).


마라톤 출전 후 새 운동화를 사주는 것처럼, 조카와의 영어 공부의 시작은 조건부였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 보상을 명시하지 않아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애머빌은 “정보를 주거나 능력을 부여하는 동기부여는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무척이나 알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디자인 팀에게 “포스터는 완벽했어요. 내가 원하던 바로 그대로던데요"라고 말하는 대신 “색채 사용이 탁월하던데요"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에 집중된 피드백을 주자. 특정한 목적을 달성한 것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과 전략에 대한 칭찬일수록 더욱 효과적이다.

- 대니얼 핑크, ≪드라이브≫ (청림출판, 2011)


아이들을 칭찬할 때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이야기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위의 글이 이 말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카가 영어를 따분한 일이 아니라, 놀이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의 노력에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관심 없는 분야에 자발적 동기부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어떤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것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큰 목적의식을 어린아이가 갖기는 쉽지 않다. 그들에게 쓰레기 줍기를 놀이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환경이, 외출할 때 텀블러를 지참한 작은 시도에 대한 칭찬이, 이러한 긍정적 경험들이 정말 큰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듯이 말이다.


7년 후를 상상한다. 나의 첫째 조카가 수능을 보고 난 후의 날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영어가, 외국어가 그에게 하기 싫은 따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다른 관점에서 표현할 수 있는 흥미로운 도구가 되기를, 사회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또 다른 좋은 무기가 되어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덧)

영어가 놀이가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조카 친구들에게 듀오링고 앱을 알려 주었다. 처음에 내켜하지 않았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 (다리 마사지 5분)을 걸고 시작했다. 첫째는 지금 100일 넘게, 둘째도 중간 중간 쉬긴 했지만 꽤 오래 학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정도면 스스로 어느 정도 재미를 찾고 습관을 만들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마사지를 안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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