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제로투원≫중 한 챕터를 읽고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장애물은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준다'. 이 이야기를 바꿔 말하면 직업적으로든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을 때, 앞길이 막막할 때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을 보다 보면 조금 더 잘 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지겠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상적인 그림이야 얼마든지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이 시장이 가진 한계, 기술적 어려움, 경쟁사들의 상황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꿈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포지셔닝, 이라고들 하죠. 잠재고객이 이 서비스에 관해 가지고 있는 어떠한 마인드, 그 틈새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주변 상황을 살피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정말로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더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와중에 이전 동료로부터 추천받았던 책이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피터 틸의 ≪제로투원≫입니다.
저자 피터 틸(Peter Thiel)은 페이팔을 설립해 성공으로 이끈 핵심 인물입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그의 전공이 경제경영학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2002년 페이팔을 상장시켜 빠르고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고 2004년 페이스북 이사로 활동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책 표지에 적힌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저자는 세계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누구도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고,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이죠.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나는 것, 0에서 1로 되는 혁신의 과정, 피터 틸은 이것을 'Zero to One'이라고 명명합니다.
우리는 '독점'이라는 말은 왠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리고 건강한 '경쟁'을 추종합니다. 특히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신기술을 가진 서비스가 경쟁 기업을 만나면 좋아합니다. 가격이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의 엔비디아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인텔, 삼성전자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AI 칩 개발에 나서면서 엔비디아가 독주해 오던 칩 가격이 떨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은 것처럼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경쟁'은 기업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고, 진정한 비즈니스의 혁신적 성장을 원한다면, '독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어떻게 하면 밝은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독점기업을 세울 수 있을지 알려주겠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언뜻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오늘 읽은 챕터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에서는 저성장 기업과 고성장 스타트업의 현금 흐름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저성장 기업은 단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지만 경쟁으로 인해 이윤이 빠르게 사라질 수 있는 반면, 기술 기업은 초기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죠. 저성장 기업의 극단적인 예가 나이트클럽이나 식당입니다. 나이트클럽이나 식당 중에서도 성공적인 곳들은 현재 든든한 수익을 거두고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의 현금 흐름은 아마도 향후 몇 년 내에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고객들이 더 새롭고 더 유행하는 곳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먼 미래까지 높은 현금 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요?
모든 독점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보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특징이란 각각 독자 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그리고 브랜드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중하게 시장을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 피터 틸, ≪제로투원≫ (한국경제신문, 2014)
피터 틸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혁신과 성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독점'에 대한 그의 관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흔히 경쟁을 건전한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여기지만, 틸은 오히려 독점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현재 제가 직면한 전략적 고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단순히 시장의 틈새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와 같은 질문의 전환 같은 것 말이죠.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틸의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개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회사의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때 더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독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