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알흠답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영 실감은 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연말이 되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뭔가 설레는 기분도 들었는데, 올해는 계속 도장 깨기를 하는 느낌이다. 시간이 자꾸 흐르는 게 야속해서일까, 매 시간마다 할 일이 많아서일까. 누구에게나 할 일은 많을 것이고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닌데 말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아티스트 웨이'를 했었는데, 맘껏 참여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내면을 들여다볼 좋은 기회였는데, 아직 준비가 안되었던 듯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도.
시작하기 전엔 매일 마음을 들여다보며 진짜 마음 돌봄 하리라 다짐했건만
일 년 전과 다르게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벌려놓은 일들에 마음도 복잡했다.
그냥 하면 되는 일인데 왜 힘들다고만 느꼈을까.
예민해지고 잔잔바리 화가 많아지고.
돌아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던 듯하다.
누구나 각자의 힘듦이 있고, 생활이 있고, 의무가 있다.
마치 난 그것을 다 벗어내고 살고 싶은 양 생각했던 건 아닐까.
나이는 들어가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하겠다고, 하고 싶다고 꽂힌 일이 있으면
앞뒤 관계를 살피지 않고 그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이기적이고, 많은 부분은 부채감을 갖는다.
그럼에도 밀고 나가는 이유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올 한 해 아주 많이 하지 않았던 과거의 일에 알게 모르게 한탄하고 후회했으므로.
다른 때와 달리 잘 참여하지 못한 글쓰기 모임, 미안한 마음에 부채감이 늘어갔다.
올해 마지막 회동만은 반드시 참여하리라 결심했다.
서툰 글에도 우쭈쭈 칭찬해 주며 격려해 주는 글동지들이 있기에 좋은 기운 한가득 얻기 위해
마무리만은 얼굴 보고 잘하고 싶었다.
짝꿍 지어 인터뷰를 하며 서로의 장점을 포스트잇 한가득 적었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기도 어쩌면 잘 알기도 하는 사이들.
좋은 책과 글을 탐닉하는 자리를 올 한 해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책의 향기를 맡으며 기운을 내고 돌아왔다.
파고드는 질문들에 마음을 더 돌아보고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글에 마음을 담는 사람들과 내년에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