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모이기로 한 재능기부 모임이 있다.
추진한 선생님은 일종의 야심 찬 하나의 강사 모임을 만든 것이다.
나이대는 한 분을 빼놓고는 나보다 선배님들이니 배울 점도 많고, 다들 점잖으신 분들이라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이 달은 내일이 그날이다. 처음엔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이 모임이었는데 한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수요일 강의로 이렇게 변경된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일날 우리는 만난다.
만남의 장소는 고등어 쌈밥집이 될 것이다.
파스타, 피자 같은 밀가루는 그다지 소화가 되지 않는 나이인 것이다.
가끔 입은 그들을 찾지만 우리의 위는 집밥을 원한다.
각자 수업이 있고 스케줄이 다르니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만나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처음에 정한 날이 이리 뒤집히다니.
원래 만나기로 한 날 수업이 잡혔지만 취소했던 나로서는 속이 좀 쓰리기도 하다.
이 또한 다 뜻이 있으려니 넘어가는 성격이라 그냥 잊었지만.
가끔은 만남을 약속하는 게 부담스럽다.
마음은 정말 만나고 싶은데, 진심인데 시간 약속을 잡는 것이 왜 점점 쉽지 않을까.
심리적인 원인에 무엇이 있을지 또렷이 생각나진 않는다.
막상 만나면 좋은데 그 전의 과정이 그렇다.
평소보다 더 일찍 개인 용무를 해결해야 할 것이며, 청소도 더 빨리 마무리 짓고, 기타 일들을 정비해야 외출을 편히 할 것이다. 11시 30분으로 정했다가 11시가 약속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30분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11시와 11시 30분은 무엇이 다른가.
30분의 시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단 3분에도 우리는 샤워가 가능하다.
30분은 그저 샤워 10번이 가능한 시간일 뿐인가.
역시나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답은 나오지 않지만.
만남의 부담이 나에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원인도 알 수 없다.
시간이 주는 제약 때문인지도.
희한한 건 학교 시간표에 따라 수업하는 것은 괜찮은데 약속 시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2주에 한 번 글쓰기 모임이나 독서 모임을 괜찮은데, 식사 약속은 쉽지 않다.
친구들과 만든 모임도 벌써 반년째 못 만나고 있다.
각자의 생일 즈음 만나기로 한 것이 벌써 반년이다.
간혹 톡방에서 우린 서로를 유니콘이라 부른다.
판타지 소설 속에 사는 기분이라.
번개 만남이나 해야 가능할까.
모임 통장엔 돈만 차곡차곡 쌓여간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자꾸 해봐야 는다.
고기도 씹어본 인간이 잘 먹는다.
옷도 자주 사봐야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안다.
힘들지만 종종 만나봐야겠다.
시간을 약속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적응해야겠다.
사실 완벽하게 적응하며 살았던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 다시 찬찬히 시간 속을 들여다봐야겠다.
다가오지 마.
멀어지지 마.
이 두 가지를 반복하는 인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