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종합 선물 세트? 회색 학문!
('심리학은 대체 무슨 학문일까?-上'에서 이어짐)
너무 다양한 분야의 심리학을 배우다 보니, 이게 대체 뭐 하자는 학문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생물 심리학, 이건 생물학에서 하는 거고, 이상 심리학, 이건 정신과에서 하는 거 아닌가?', '사회 심리학, 이거는 사회학에서도 비슷한 거 하는 거 같고, 산업, 조직 이런 건 경영학과에서도 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 이 학문은 어디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매력 있는 멋진 첫인상을 나에게 주었던 심리학이었기에 경쟁 위치에 있는 비슷한 학문들에 비해서 심리학이 갖는 강점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저 모든 경쟁 학문들이 갖는 관점으로 사람의 마음을 간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꾸로 생각해보면, 저 많은 학문들과 융합될 수 있는 융화성을 가진 학문이 심리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더 멋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문화 및 사회 심리학이라는 세부 전공을 택해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학은 정말로 높은 융화성을 가진 학문이라는 것들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심리학은 다른 분야와 쉽게 섞일 수 있고, 심리학 자체도 여러 가지가 융합되어 있는 학문이었다. 문화 및 사회 심리학이라는 세부 분야를 공부하면서도, 심리학이 삶의 다양한 부분에 스며들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집단의 의사결정, 타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 나 자신이 평상시에 하는 수많은 행동까지. 상당히 많은 것들이 이미 심리학에서 연구되어 있었다. 이를 삶의 다양한 부분에 적절히 적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나 자신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마음을 정할 수 있었고, 세상을 보는 폭도 이전보다 넓어졌다고 자부한다.
심리학을 공부한 지 6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심리학을 '회색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섞여서 대체 뭘 하는 것인지 모르는, 얼핏 보면 흐리멍덩해 보이는 '회색'. 검은색이나 흰색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잘 섞여 들어갈 수 있는 '회색'. 내가 생각하는 심리학의 색은 회색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 회색이 자세히 보면 어떠한 색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색인지,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 회색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나름 심리학을 조금이나마 살펴봤다고 할 수 있는 내가 6년 반 전의 나에게 설렘을 주었던 심리학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심리학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는 이 회색 학문 속에는 어떠한 것들이 들어있고, 우리의 삶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