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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AG Jul 08. 2019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성격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심리학과에 갓 입학한 대학생들이나 처음 심리학을 접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심리학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심리학회인 사단법인 한국심리학회에 하위 분과로 등록된 심리학 분야들만 15개에 이르고, 미국의 대표 심리학회 격인 미국심리학회(APA)에 등록된 하위 분과는 50개가 넘는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하게 되면,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데, 나는 그중 세부 전공으로 사회 심리학, 성격 심리학을 주로 공부했다. 사회 심리학과 성격 심리학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어떠한 것으로 보는가에 차이가 있다.

 

 성격 심리학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성격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이다.

 사람들이 갖는 여러 가지 성격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떠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심리적 변인들과는 어떠한 관계를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춘 분야가 성격 심리학이다. 성격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에 성격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친화성이라는 성격을 예로 들면, 친화성이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더 쉽게 말을 걸고, 친해질 수 있는 반면에, 친화성이 낮은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리고, 낯을 더 많이 가린다.

 

 사회 심리학의 경우는 여러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이다.

 사회 심리학은 성격 심리학보다는 거시적인 측면에 집중하는데,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사회 또는 상황의 힘에 집중해서 연구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성격 특성들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모두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밀그램의 실험에서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권위자가 있는 상황에서 부당한 요구를 끝지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성격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은 각각 개인의 성격적 특성 또는 상황의 힘이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그래서 한 분야는 개인에게 초점을 더 맞추게 되고, 다른 한 분야는 보다 거시적인 사회,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분야를 모두 배우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여러 심리학적 이론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성격 심리학(좌)은 개인의 성격 특성이 행동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사회 심리학(우)은 상황에 행동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우리는 나를 포함하여 어떠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해석할 때, 습관적으로 한 가지 측면만 생각하곤 한다. 또, 사회 현상에 대해 해석할 때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개인에 초점을 맞추거나,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하지만, 성격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을 통해서 어떤 행동이나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인 부분과 거시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주변 친구와 다퉈서 사이가 틀어졌을 때,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을지 원인을 찾곤 한다. 내가 말을 잘못했을 수도 있고, 친구가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또는 내가 그 날 아침, 집을 나설 때 부모님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이 스트레스가 친구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서로 간의 사소한 오해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이간질이 있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무한 경쟁 풍토가 친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사실 여러 가능성 중 그 어느 것도 주된 원인이 아닐 수 있고,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만으로는 어떠한 것이 정말로 사건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여러 시각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조망함으로써,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갈 수 있고,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며, 꽤나 유용하다.


성격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은 하나는 미시적이고, 하나는 거시적인 학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심리학 분야는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어떠한 사건이나 행동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항상 가까이만 보거나, 항상 멀게만 보는 것은 어느 한 가지 측면을 항상 놓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심리학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성격 심리학과 사회 심리학의 눈은 세상을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두 가지 시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주변을 더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고, 더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할 수 있으며, 보다 완전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심리학을 통해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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