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리뷰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에서 사건이 발생하여 북한은 남한의 기습 테러 공격으로, 남한은 북한의 납치로 주장하고 중립국에서 조사를 맡게 된다. 남한의 ‘이수혁 병장’, 북한의 ‘오경필 중사’ 그사이에 놓인 조사관 ‘소피’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사건에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이야기를 필두로 ‘공동 경비 구역 JSA’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진짜 수사관으로서 임무를 다하기 위해 온 ‘소피’의 입장과는 달리 ‘중립국’의 입장은 누가 쐈는지보다는 왜 쐈는지를 밝히고 절차를 따지며 아무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조사하라는 것이었다. 남한, 북한, 중립국 그 누구도 진실을 원하지 않았지만, 소피와 관객은 그날의 진실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 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 이들의 모습과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는 소피의 모습을 대조하다 그날의 진실로 카메라는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적이라고 생각했던 경필이 수혁을 도와주는 일이 계기가 되어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먼 거리에서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이 세 사람의 거리는 어느새 서로가 적이라는 것을 잊고 익숙하게 옆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림자 넘어왔어. 조심하라.”라는 농담을 나눌 정도로. 교차하는 시선과 침묵을 유지하는 그들로 인해 도저히 알 수 없는 관계를 파악하는 소피는 증거물을 바탕으로 의외의 인물에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불안 앞에서 한없이 약해진 감정이 관계의 갈고리를 무너뜨리며 총구가 향한 방향과 그 손이 누군가를 가리키는 순간을 목격하고 한없이 무너지는 개인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먼 발치에 바라봤던 그들의 거리는 한없이 멀어진 분단 국가의 현실을 드러내고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 중립국을 보여주며 따뜻했던 서로의 거리가 차갑게 식어 다시 만나지 못할 그곳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개인과 개인이 마주했을 때 서로를 바라보지 않던 총구가 이념 앞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일으키는 모습이 마냥 서글프기만 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역사의 현실을 영화로 투영하여 보여준다. 지나면 지날수록 깊게 패여드는 갈등은 분단의 모습으로 드러났고 가까워질 듯 하면서도 가까워질 수 없는 영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이 아닐까. 서로에게 들이미는 총구를 내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당시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북한 사람의 모습을 괴물과 악마의 모습이 아닌 다양한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한국 영화에 명작을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