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 리뷰
정체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 속 어떤 공간이 보이고 알 수 없는 것들에서 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나아가 제각기 다른 방향을 하고 있는 것들을 지나다 보면 출구 없는 곳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연의 반복과 점점 새어 나오는 기억들이 “Us’를 불러들인다. 그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두려움에 싸여있는 애들레이드는 그 장소가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서 그 장소로 나서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안함에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밤,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그들이 개인적인 공간인 집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다. 그림자로 불리는 이들이 빛을 받으며 그 형체를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행동하는 것은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당연한 것에서 오는 폭력은 그들이 인지하지 못한 존재에 의해 원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더욱 몸집을 불린다. 이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들의 존재가 발견되면서 이곳을 나서고 잘라내려는 이들과 벗어나려 하는 이들로 갈라진다. 그림자 같은 존재들의 움직임과 마주 잡은 손만으로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공존할 수 없는 그들의 세상을 드러 낸다.
어떤 놀라움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영화 ‘어스’는 정확한 문제의식의 공포와 소재 자체의 공포를 맞물리게 하여 진정한 공포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겟 아웃'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의심할 새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몇 가지를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더욱 분명해진다. 압도적인 몰입감과 공포스러움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연출력이 정말 인상적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진실의 힘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미국 사회에서 펼쳐지는 어떤 두려움의 존재가 사실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짜와 가짜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우리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지만 정작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