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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21. 2022

아무리 채워도 부족한 시간.

영화 <풀타임> 리뷰


교통 파업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되고 정부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유하지만, 컴퓨터로도 할 수 없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버스와 기차에 올라타고 계속해서 연착하는 상황에 놓여 발만 동동거릴 뿐이었다. 이렇게 전쟁 같은 출퇴근길 속 카메라의 초점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모습을 비추며 쓸쓸함과 동시에 희망적인 순간을 담는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을 빼곡하게 채워야만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어떤 사람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각자 다른 시간에 존재하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여러 가지 시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가 살아갈 하루 속 반복된 오늘, 쥘리는 힘겹게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한다. 홀로 키우는 만큼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식사 준비와 출근 준비를 동시에 마치고 이웃집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면 진정한 하루가 시작된다. 직장에 가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예외적인 상황의 연속으로 인해 쥘리의 빼곡한 일상은 팍팍하기만 하다. 출퇴근길, 아이 데리러 가기, 전남편과의 통화, 은행 대출 만기 독촉 전화는 나열하기만 해도 벅찬 일들을 하루 안에 해결한다. 내일의 일상을 위해서 끊임없이 뛰는 쥘리에 겐 주어진 그 시간마저 부족하게 느껴지고 버겁게 느껴진다. 그런 쥘리에게도 한줄기 같은 희망이 달려오지만, 또 다른 삶의 시작과 고단함이 열리고 쥘리를 끊임없이 밀어낸다. 일상을 담았음에도 스릴러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트램펄린은 뛰면 즐겁지만 안정장치가 없으면 다치기 쉽다. 쥘리는 안정장치가 없는 트램펄린과 같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꽉 채워도 부족한 시간이 더 급박하게만 느껴진다. 이상적인 것보다는 현실적인 것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쥘리의 상황을 통해 노동자의 파업이 잘못되었다거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일에 대한 판단은 미뤄둔다. 다만 사회의 작용이 쥘리의 삶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끊임없이 일을 함에도 보이지 않는 노동과 누군가에게는 뻗어나가지 않는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전히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힘들지만 쥘리는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그의 내일은 끊임없이 '풀타임'이겠지만 오늘처럼 늘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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