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죽여줘> 리뷰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를 무겁고 잔잔하게 잘 풀어낸 <나를 죽여줘>는 원작 연극 <킬 미 나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 10월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완전하지 않은 다섯 사람을 중심으로 그들의 감정을 솔직하고 또 섬세하게 잘 풀어내고 있다. 보통의 삶을 바랐던 아들과 그를 마주 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전개되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상상할 수도 조차 없다. 섬세한 연출과 묵직한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흡인력 있는 영화 '나를 죽여줘'를 소개하려 한다. 과연 연극을 어떻게 영화에 풀어냈을까.
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 현재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민석은 현재의 사춘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기만 하다. 현재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성에 대한 호기심과 독립이라는 두 단어가 현재에게도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이다. 그렇게 낯선 현재의 성장은 갈등으로 이어져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과 멀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현재를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일지 생각하던 민석은 여러 갈래의 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하지만 인생은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라 했던가. 어느 날, 민석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죽는 것과 다름없는 고통 속에 갇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아지는 순간이 민석에게도 닥쳐오게 된 것이다.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괴롭고 더욱 몽롱해지며 예민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민석은 현재에게 독립을 권하고 독립을 원하던 현재는 아빠의 곁에 머물기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생 하영과 현재를 돕는 활동보조인 기철 그리고 민석의 오랜 연인인 수원까지 모두 모여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게 된다. 짧지만 매우 강렬한 따뜻함이 마지막과 맞닿으며 묵직하게 다가온다. 함께 할 수 없는 날이 가까워지며 자신의 생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을 앞두며 큰 혼란에 빠진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민석은 현재를 낳음으로써 또 다른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된다. 낳은 순간부터 새장에 갇힌 건 단연 현재뿐만이 아니었다. 민석을 비롯한 사람들이 그 새장에 갇히며 기존의 삶을 밖에 두고 새장 안에 들어와야만 했다. 감출 수 없는 상처와 어떤 결핍은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과 참 닮아있었지만 이 삶을 영유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랐다. 그리고 그 선택에 관한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건네 주지는 않지만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건네준다. 자신의 생을 결정할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슨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