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요노스케 이야기> 리뷰
저마다의 처음은 각자 다르다. 현실과 멀어지는 이질감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처럼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악연이 될 것 같았던 관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관계가 되기도 한다.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추억으로 이루어진 기억의 단편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에게서 오는 따뜻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평범해서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라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나간 인연에게 웃음을 짓는다면.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말로,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불교용어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만남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겪는 일들은 결코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만남이 우연한 이별로 끝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터라 인연을 만들어가는 일에 있어서 두려움 때문에 잔뜩 움츠러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런 만남과 이별 속에서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건.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미 지나간 인연에게 묻는다는 건 너무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엄청난 용기를 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현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 영화에서는 경험해 볼 수 있다. 현재의 시점과 과거의 시점이 전환되며 '요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진행되며 곁에 없는 요노스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너무 깊지도 않고 너무 얕지도 않게 그의 따뜻함을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저마다의 삶에서 존재하지는 않지만 마음 한편에서 웃음 짓고 있는 요노스케를 우리도 그들도 회상하며 따라 웃는다.
영화 속의 영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요노스케 이야기'는 2시간 40분의 다소 긴 상영시간이지만 요노스케를 중심으로 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꽤 인상 깊었다. 긴 상영시간에 지루한 것도 잠시 소소한 재미를 풀어내며 여운이 깊어지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였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요노스케 이야기'의 인물의 매력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어떤 영향을 받았고 그 부분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보면서 영화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타인의 절망에 무너지지 않고 현실과 멀어지지 않으면서 나만의 시간에 집중한다면 때론, 지금의 갈래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노스케를 떠올리면 분명 모두들 웃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