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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12. 2024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본능.

영화 <잔느 딜망> 리뷰


상탈 아케르만 감독의 <잔느 딜망>은 1975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영화이다. 3시간 2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단조롭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잔느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특히 영화는 가사 노동을 카메라의 중심으로 가져와 섬세하게 다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22년 12월, 영국영화협회의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잔느


잔느는 브뤼셀에 거주하는 중산층 주부이자 어머니이며 시간제 성매매 종사자이다. 그녀는 사춘기 아들을 키우고 생계를 위해 집에서 매춘한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정해진 일상을 준비하여 바쁜 일상을 이어간다. 잔느는 일상에서 하염없이 바쁘게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일한다. 그녀는 주로 무표정을 하고 있으며 필요한 말이 아니면 침묵을 유지한다. 그녀의 일상은 단조롭고 지루하지만, 동시에 숨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아들에게도 그 모습은 매우 익숙하며 고마움은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가사 노동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문제였다. 여성의 역할을 한정 짓는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영화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잔느의 삶을 통해 극복하기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집’이라는 장소에서 ‘잔느’라는 사람의 반복된 일상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보다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다듬으며 요리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고 있다.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녀가 누군가 교류하는 장면은 극히 일부다. 아들, 혹은 손님 이외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생소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적 교류는 대부분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계적인 일상에서 일어나는 가끔의 일탈은 사소한 것이었으나 일종의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은 것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일탈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의 의지와 무관한 어떤 일들은 돌발적인 행동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불안한 내면은 언제든지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말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잔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


일정한 생애주기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어떤 시기에 다다르면 그 시기에 맞는 것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사람의 생애에 한계를 짓는 일일지도 모른다. 잔느가 결혼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게 하게끔 유도했던 것처럼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진정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마주하는 현실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아마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매춘의 행위이지만 왜 그 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영혼 없는 잔느의 모습만 보여줄 뿐 그 사연에 대해 자세히 읊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녀가 가정에 충실했다는 것을 드러내며 함부로 판단할 수 없게 한다. 그때 당시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경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낼 뿐이다. 이러한 짧은 선택지는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는 참혹함을 담아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참혹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녀의 일상을 극도로 절제된 카메라라는 시선에 담아낸다. 그래서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영화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일상을 담아내어 보다 현실적으로 보인다. 사실 그대로 보이는 그녀의 일상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은 암담함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다소 극단적인 형태로 마무리 지으며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트렸다. 그녀가 바라던 자유는 이러한 결말이 아닐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들었다. 결말을 보고 나서 지금까지 흘러간 영화의 상영시간이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특히 타인의 삶은 ‘하이라이트’ 부분을 제외하면 길게 느껴지고 심지어는 지루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하게도 인생의 모든 부분이 드라마틱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루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컷'없이 진행되면서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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