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Jun 11. 2024

내면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파도, 기억의 구슬.

영화 <인사이드 아웃> 리뷰


몇 번을 봐도 매번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2015년 7월 9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픽사의 1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그 다채로운 감정만큼이나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감정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2024년 6월 12일 개봉할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하기 전에 다시 보고 가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기쁨, 슬픔, 까칠, 소심, 버럭.


행복한 기억이 데구루루 흘러들어오는 '라일리'의 시간. 그 뒤에는 감정들이 중앙 제어를 하고 있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존재한다. 주인공인 라일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다. 오늘도 라일리의 하루를 위해 '기쁨이'를 중심으로 감정 컨트롤센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늘 그렇듯 기쁨으로 가득한 노란 구슬을 핵심기억으로 채워 넣으며 활발한 라일리의 내면을 채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정으로 갑자기 이사하게 되면서 감정들 또한 요동치기 시작한다. 기쁨 이는 다른 감정들을 달래며 최대한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따금 찾아오는 슬픔 이의 침범으로 인해 방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슬픔의 동그라미야. 네 일은 모든 슬픔이 이 안에만 있도록 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슬픈 핵심기억이 등장했고 기쁨 이가 이를 제거하려 들며 슬픔과 함께 본부를 이탈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기쁨이 와 슬픔 이가 사라진 감정 컨트롤 본부에 남은 것은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 뿐인데, 과연 라일리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여러 가지 감정과 성격섬.


기쁨은 라일리의 감정 중 가장 먼저 생긴 감정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슬픔은 라일리의 좋은 기억마저도 슬픈 기억으로 바꿀 수 있기에 모두의 경계 대상이다. 소심은 라일리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안전하도록 돕는다. 까칠이는 맛없는 음식이나 나쁜 친구로부터 라일리를 지킨다. 버럭 이는 라일리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구슬은 라일리의 기억으로 저장됨과 동시에 라일리의 성격을 형성하는 성격섬이 된다. 총 5개의 성격섬은 엉뚱 섬, 하키섬, 정직섬, 우정섬, 가족섬과 같이 라일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 안의 혼란.


노란 구슬로 가득 찼던 기억구슬에 무너지며 감정 컨트롤 센터에는 혼란이 찾아온다. 기쁨과 슬픔이 본부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까칠이, 소심이, 버럭 이가 감정 컨트롤 센터를 맡는다. 인격의 섬이 하나씩 무너지고 이성/감성적 판단이 무뎌지며 조종이 안될 정도의 결함이 발생하고 만다. 무너지는 감정 속에서 슬픔 이의 위로가 도움이 되고 상황을 나아지게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쁨이 마침내 슬픔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결핍되어서는 안 되며, 적절한 감정 요소가 섞여야 라일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또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장면은 동심과 동일시되는 빙봉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유독 '빙봉'이라는 존재에 행복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자아를 형성하고 늘 친한 친구처럼 함께 있었던 존재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빙봉은 라일리가 3살 때 만들어낸 상상의 친구이며 4살 때부터 찾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그 소중한 추억을 비롯한 동심을 놓아주는 장면을 '빙봉'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데, 매번 봐도 마음이 아프다. 과거의 추억을 통해 지금의 라일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라진다고 잊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나 대신 달에 데려가줘 알겠지?



슬픔의 시선으로 내면의 세계를 마주하다.


나쁜 감정은 없음에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슬픔'을 경계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용도로 '기쁨'을 이용하기도 했다. '기쁨'이라는 가면을 통해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집에서는 그 괴리감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슬픔과 기쁨은 언제나 함께였지만 우리는 그것을 때론 망각하게 된다. 조이의 눈과 머리가 파란색인 것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한때, 노란 구슬로 가득한 기억과 기쁨의 감정이 내면을 가득 채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이상만큼은 행복함으로 가득 차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처럼 영화에서도 감정들이 라일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한 기억과 감정들로 채워주고 싶어 했고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기쁨 이를 필두로 다른 감정이 부정적으로 표현되지 않게 통제 혹은 억제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슬픔 이가 기억 구슬을 만지지 못하게 만들었고 핵심 기억이 파란색으로 물들었을 때, 위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기쁨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껴야 하고 그것으로 슬픔을 공유하며 힘든 삶을 이겨내기도 한다.


울음은 일생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다양한 감정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던 <인사이드 아웃>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채워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영화이다. 이것을 보면서 감정, 기억, 성격과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매우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는 어떤 섬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어떤 감정이 리더 역할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후반부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들은 볼 수 있으나 섬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라일리는 자기도 모르게 착하고 활발한 딸이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자신의 슬픔을 감추고 살아왔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으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되찾게 된다. 물론 내면에서 벌어지는 감정들의 여정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자연스레 감정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라일리' 본인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돌아오는 인사이드 아웃


<인사이드 아웃 2>는 6월 12일 개봉 예정으로, 사춘기로 접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라일라가 13살이 되는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감정 통제판이 넓어지고, 새로운 캐릭터가 많이 나온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iCmnIaj4u8&pp=ygUV7J247IKs7J2065OcIOyVhOybgyAy


매거진의 이전글 싱그러운 봄날의 햇살 같은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