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희와 녹양> 리뷰
보희에게는 녹양이, 녹양에게는 보희가 있다. 씩씩하고 당찬 녹양과 달리 조용한 보희, 이들은 같은 날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매일 함께하는 친구다. 보희는 이름으로 인해 놀림받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에 녹양과 함께 ‘아빠 찾기’를 시작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추적이 새로운 인물들을 보희와 녹양 사이에 녹여내면서 닮고 싶은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보희와 녹양이 친구인 이유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뭐가 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누구를 닮고 싶은지에 초점을 둠으로써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또 아버지 후보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그리 유쾌하지 않음에도 그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던 공간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자신이 바라고 상상해왔던 모습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익숙한 흐름의 성장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소소한 재미와 따뜻함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봄날의 햇살 같은 영화 ‘보희와 녹양’은 여름의 따가운 햇살로 인해 불쑥 짜증도 찾아오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불완전한 모습을 가지고 있음에도 완전함을 바라고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날과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 대조되지만 그 안에서도 성장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 보희가 녹양을 동경한 것처럼 녹양이 보희를 동경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보희와 녹양이라는 이름에 녹여진 편견도, 녹양이처럼 되고 싶은 보희의 마음도, 다른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주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한 모험은 이들이 찾고 싶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선사한다.
이따금 이 계절에 다시 기억날 영화, <보희와 녹양>은 따갑지만 푸르른 여름의 찬란함을 그대로 품고 있다. 보희와 녹양이 겪는 성장통을 어떤 의견을 대입하지 않고 녹양이가 생일을 축하하며 보여준 다큐멘터리로 마무리하는 게 좋았다. 보기에도 쉽지 않지만 쓰기도 쉽지 않은 요즘 영화에 찬란함을 더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