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Jun 20. 2024

당신의 따뜻한 친절함이 과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

영화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리뷰


이타즈 요시미 감독의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은 일본의 만화 <북극 백화점의 컨시어지씨>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2024년 6월 19일에 CGV 단독 개봉한 영화이며 2023년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된 후 (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상 수상을 한 작품이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화 감독이었던 오시마 사토미가 각본을 맡은 만큼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상당히 기대된다.



북극백화점은 모두 동물들이 손님이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일수록 V.I.A라고 불리며 극진한 대접을 한다. 백화점 안내원은 이들이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게 상품을 추천하거나 주변의 멋진 카페를 소개하고, 주요 매장을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다. 아키노 역시 손님에게 필요한 사항을 미리 파악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습 '안내원'이다. 항상 바라왔던 일인 만큼 의욕은 크지만, 실수투성이의 모습으로 상사에게 계속해서 혼난다. 어느 정도의 친절을 베풀어야 하고 어떤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상사인 토도 씨에게 따갑지만 도움이 되는 충고를 들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만의 친절과 서비스를 베풀게 된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친절했던 탓일까. 그로 인해 손님의 갑질과 이 일과 맞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게 된 아키노는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 북극백화점은 모든 동물이 손님이지만 V.I.A(Very Important Animal) 로 불리는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되었던 동물들에 조금 더 집중한다. 인간의 욕망으로 구현된 백화점에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백화점 안내원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호텔 컨시어지의 역할을 하며 손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멸종 위기종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다뤄지길 바랐지만 겉핥기식으로 지나간다. 아키노의 시선에서 그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레 그러한 흐름으로 이어진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나 중심 소재인 만큼 깊게 다뤄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인간의 존재는 오직 백화점 안내원들뿐이며 그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좀 궁금해진다. 어떤 세계에서 존재하는 북극백화점인지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서 이런 의문이 더 풀리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서 '?' 물음표로 존재한다.



영화는 지나치게 친절해서 부담스럽지만 따뜻해서 스며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백화점과 멸종위기 동물 그리고 사회초년생이라는 주제는 참 좋았지만 풍부하게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지 않아 이음새가 좀 벌어져 있다. 사장님과의 에피소드가 더 풀어지길 바랐지만 상영 시간의 한계 때문인지 다뤄지지 않아 좀 아쉬웠다. 하지만 열정보다는 무기력함이 팽배한 우리의 시대에 꼭 필요한 따뜻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의 상품과 서비스는 사고파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성을 공유한다. 모두가 진심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진심 어린 정성과 최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보답받을 때, 더욱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우리 시대에 필요한 따뜻한 배려의 모습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에게 좋은 형태의 도움이 아닌 타인을 위한 진정한 도움을, 이 영화에서 배울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