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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10. 2024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진실.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 리뷰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연출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 사회의 불합리한 현실과 종교적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영화이다. 제77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칸 경쟁 진출 발표 이후 이란 정부는 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것과 관계 당국의 허락 없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했고, 감독은 조국을 탈출해 유럽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를 통해 여전히 이란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현실을 반영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이란에서는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진다. 종교적 가르침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행위를 조사하고 판결 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이만은 가족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행동거지를 조심하라 이른다. 하지만 뉴스 보도와 SNS로 알려지는 사실은 매우 달랐기에 두 딸도 그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시위에 동조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집에 두었던 권총이 사라지면서 점점 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이 아닌 직접 피부로 체감한 이들이 외치기 시작한다. 작은 균열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불합리함을 외치는 이들이 등장한다.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은폐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커져간다. 그들이 통제하고 억압할수록 그들의 저항은 거세지는 가운데 일과는 무관한 사람들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된다. 그들이 믿고 있는 종교는 누구를 위한 믿음이며 누구를 위한 기도이며 누구를 위한 사랑일까. 신은 존재하는 걸까.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고 불합리함을 한쪽만이 견뎌야 할 때 규율의 균형 또한 무너진다.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권력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달라지는 규율은 균열을 일으키고야 만다. 작은 균열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불합리함을 외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변화가 조금씩 생겨나는 마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아직 많은 변화가 필요하고 속도도 더디지만 그럼에도 의식의 변화를 꾀하고 자신의 의견을 확립해 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있었다. 이란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목도할 있는 모습이었다.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울림 속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영화의 제목인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서 신성한 나무는 깨달음과 변화를 상징한다.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인도보리수 밑에서 보리, 즉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인도보리수를 신성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때 보리란 참다운 지혜, 깨달음, 앎을 뜻하는 bodhi(बोधि)에서 나왔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처럼 인도보리수를 심어 씨앗이 발아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자라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직접적으로 혁명을 촉구하고 있지는 않으나 결말에서 볼 수 있듯이 불합리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시사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는 국가와 개인 그리고 집단의 갈등을 보여주고, 후반에는 그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엇이 사람을 정체하게 만들고, 변화할 수 없게 만드는 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란 사회의 구조와 종교의 근원적인 문제가 개인을 억압해 온 과정을 그릴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고 연대하는지를 다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후반부 전개가 다소 급진적으로 전개된다고 생각이 들지만 변화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찾아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 일과는 무관한 사람들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목숨을 잃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이란 사회의 폭력성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비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성한 영역에 대한 도전이 불가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른 문화권에서 살고 있지만 식민의 역사, 독재의 역사를 겪었던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그리 먼 이야기 같지 않아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상영 일정

10월 06일 15:30

10월 9일 15:30


자세한 영화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75919&c_idx=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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