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망은 달콤하고 구원은 칼처럼 날카롭다.

영화 <미세리코르디아> 리뷰

by 민드레


제목에 끌렸고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도 가지 않아 부국제 티켓이 열리자마자 바로 예매했던 영화 중 하나다. '자비'라는 단어를 잘 활용하고 욕망이라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담아내는 영화는 또 없을 것이다. 파격적인 장면들이 펼쳐져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영화 알랭 기로디 감독이 연출한 <미세리코르디아>는 제77회 칸 영화제 프리미어 초청작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2025년 7월 1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kWSSayt-VwUMOk1a2WwJfQ.jp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mNIUnpJanBiSW1KbklsMHNJbkFpT2lJdmRqSXZjM1J2Y21VdmFXMWhaMlV2TVRNeE16SXlOVFV3TVRJNU1UQTBOaUlzSW5jaU9qRTVNakFzSW5FaU9qZ3dmUS5iOWhOYlJybU9DR05hZTdXeWI2TUNnbXh0V2FHajY2cGxCTGpmWlVENWVB


제레미는 과거 자신이 일했던 빵집 사장의 장례식을 위해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마르틴의 부탁으로 그 집에 며칠 더 머무르기로 하지만 아들 뱅상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어릴 적 친구 왈테르도 그를 못마땅해한다. 마을 성당의 노신부도 감시하는 듯 그의 주변을 맴돈다.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의 기이한 태도 속에 뜻밖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어떤 결말을 짓게 될까.


bOXRD7IdvKat7rG0jl4_fA.jp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mNIUnpJanBiSW1KbklsMHNJbkFpT2lJdmRqSXZjM1J2Y21VdmFXMWhaMlV2TVRNeE16SXpNalExTkRRMU1qazJNU0lzSW5jaU9qRTVNakFzSW5FaU9qZ3dmUS5nM243OVB4dUFJbFdSeFVLRlJ5WE5rbGluSVNaaVdUY3NwcHppc0JsU1Bv


그는 무언가를 숨기는 행위를 한 그 순간부터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죽음이 있는 곳에서 버섯이 피어나는 설정은 이미 무언가를 수습하거나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제레미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그가 저지르는 실수, 죄, 어떠한 것도 돌이킬 수 없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꿰차고 모든 것을 가지기 위한 욕망은 결국 허상에 불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오히려 그를 감싸는 이들이 이상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제레미의 의도성 있는 행동은 비호감에 가까웠다. 모두가 그를 감싸지만 그 이유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 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삐뚤어지기 시작한 건 그 '자비'에서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대체하려는 시도일지도 몰랐다.


NnvBkG1NFZuPpEgUrqDhAA.jp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mNIUnpJanBiSW1KbklsMHNJbkFpT2lJdmRqSXZjM1J2Y21VdmFXMWhaMlV2TWprME5qYzJORGM0TmprNU9UTTFNU0lzSW5jaU9qRTVNakFzSW5FaU9qZ3dmUS5YUi1oZ2JHbGFZamZmQUdQMjAtcXIwbmxubU1HOTZ4Vi1hajJ4ejJnaXM4


뒤틀리고 어긋난 사람을 '자비'로 감싸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옳고 그름의 잣대를 단호히 거부한다. 자비는 판단의 결과가 아닌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를 감싸는 것에서부터 '자비'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 고해성사가 죄까지도 끌어안게 만드는 그 '자비'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일까. 끝에 가서는 욕망으로 인한 사랑인지 종교의 본 의미인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자비'의 마음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금기된 사랑인 걸까. 영화는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를 감싸는 사람들의 감정과 그들이 만들어낸 공동체의 기묘한 균열을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자비'라는 이름의 감정이 누군가를 구원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또 다른 욕망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KHOwhHJsIJozVuOx0l7qAQ.jpg?jwt=ZXlKaGJHY2lPaUpJVXpJMU5pSjkuZXlKdmNIUnpJanBiSW1KbklsMHNJbkFpT2lJdmRqSXZjM1J2Y21VdmFXMWhaMlV2TVRBek56STFNekE1TlRrME9EWWlMQ0ozSWpveE9USXdMQ0p4SWpvNE1IMC4zOE1BcXl5TWhYb2oxa1hhTlN5UlNKcWJLRU1sQXBYRHJ3UTFOWE5pQnR3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동차를 통해 보이는 바깥풍경이었다. 마을로 향하는 자동차, 그리고 인물의 뒤를 따르는 시선은 시종일관 외부자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질적인 존재를 경계하면서도, 그 존재를 필요로 하는 이중적인 마을의 심리가 투영된다. 외부인이었던 제레미가 점차 내부로 스며들고 사건에 휘말리면서 미묘하게 변해간다. 이 영화에서, 그리고 마을에서 특히 누군가의 죽음이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의 양심 그리고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죄의 구렁텅이에 놓여있으니 모두 함께 뛰어들자는 그런 결심이 놓여있는 것일까. 영화는 때론 신성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을 장면들을 거리낌 없이 배치한다.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성적 욕망은 노골적으로 묘사되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그것이 그릇되었다고 꼬집는 누군가도 없었다. 무엇보다 '죄와 용서'에 대한 것이 아닌 '욕망과 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종교적 자비로 포장된 금기된 욕망.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신부님과 어머니의 시선으로 이 '자비의 사랑'을 더욱 꼼꼼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