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디너> 리뷰
이바노 데마테오 감독이 연출한 <더 디너>는 헤르만 코흐의 <다 디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도덕적 딜레마와 불확실한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도덕적 딜레마와 불확실한 신념에 직면한 두 형제 가족의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본성과 정의 그리고 가족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갖는 두 형제 부부가 있다.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소아과 의사 동생과 물질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변호사 형. 이들의 삶과 신념은 전혀 다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의 평온한 저녁 식사에 닥쳐온 비극. 자신들의 아이들이 벌인 범죄를 마주한 두 형제는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더 디너>는 도덕적 딜레마와 불확실한 신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인물들이 확신하던 믿음과 가치관이 손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포착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 보여준다.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도덕적 기준조차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 디너>는 이러한 유동성을 통해 개인의 선택이 윤리적 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저버리는 선택을 한다. 이는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확고해 보였던 가치관이 무너지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전체적인 윤리적 틀이 흔들리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타인에게 엄격했던 도덕적 기준이, 자신에게 적용될 때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영화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내가 그들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신념과 윤리적 판단이 얼마나 상대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더 디너>는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단지 개인의 삶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미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특정한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특히 SNS가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모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개인의 행동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따라 행동하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도덕적 기준과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된다.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은 흔들리고, 윤리적 기준은 수시로 변화한다. 또한, SNS에서는 도덕적 과시와 집단적 비난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 타인을 비난하고, 도덕적 잣대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에 타인에게 엄격했던 도덕적 기준을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화려한 저녁 식사 뒤에 감춰진 가족의 민낯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진정한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인간의 본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추악함과 위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들은 자식의 허물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수렁에 빠지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자식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무게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그릇된 선택을 하고 만다. 진실을 묻어버리고 거짓된 평화를 택하는 그들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우선, 원작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의 핵심 사건은 동일하나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설 속 정치인인 세르게는 영화에서 변호사로, 소설 속 전직 교사인 파울은 영화에서 소아과 의사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윤리적 딜레마의 초점에도 변화가 생긴다. 소설에서는 정치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공적인 책임감과 개인적인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르게의 모습이 부각되는 반면, 영화에서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세르게가 법과 정의,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더욱 강조된다. 영화와 소설은 모두 '정의'라는 화두를 던지지만 그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소설에서는 사건 발생 전, 등장인물들이 '정의'와 이상 그리고 현실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각자의 가치관과 내적 갈등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축소되면서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충분히 들여다볼 기회가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소설에서 느꼈던 것만큼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갈등 상황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부족했던 탓에 깊이 있는 탐구가 부족했고, 무언가를 생각해 볼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기도 전에 영화가 끝나버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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