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폭설> 리뷰
영화 <폭설>은 윤수익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배우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2019년 영화 촬영을 시작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신인 시절의 한소희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로, 서로에게 파묻힌 그날, 얽히고 얽힌 감정 속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릉의 예술 고등학교에 다니는 열아홉 배우 지망생 수안은 아역배우이자 하이틴 스타 설이를 만나게 된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되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사소한 오해로 멀어진 두 사람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든 것은 '연기'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일하던 설은 연기만 하느라 배역에 대한 고민과 자신이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치는가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반면, 배우를 꿈꾸는 수안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웠다. 설에겐 '연기'가 현재이지만 수안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처음엔 선망이었고 질투로 엉켜 사랑이라는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자신을 담아달라는 설과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설은 멜로라 말했고, 수안은 우정이라 말했다. 사랑의 속도와 방향이 달랐던 두 사람은 서툰 그 마음을 뒤로한 채, 잠시 이별한다.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설을 잊지 못한 수안은 배우가 되면서 설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리움에 젖어 설을 찾아 나선다.
영화의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배경은 바다다. 눈 덮인 설원과 겨울 바다가 눈에 아른거린다. 차가운 겨울만큼이나 무자비하게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는 그들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 사이를 묶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사랑과 우정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장 또한 이루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보다 더 큰 방해물은 어려운 서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일기 예보의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처럼 폭설처럼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일로 다가온다.
<폭설>은 둘 사이의 로맨스를 시각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반면, 생략된 부분과 덕지덕지 붙여진 감정표현은 그들 사이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소희의 앳된 얼굴과 눈빛, 그리고 특유의 몽환적인 매력이 이러한 공백을 채운다. 어떤 서사를 거쳐 겹겹이 쌓인 감정이 되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들 사이의 우정은 멜로로 번져가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끝을 맺고 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관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미완성된 그들의 관계와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의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