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중배상> 리뷰
10월 끝자락이 돼서야 보게 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이중배상>은 1944년에 개봉한 스릴러 누아르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역사상 최고의 누아르 영화로 손꼽히며, 초기 누아르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중배상>은 복잡한 인간관계와 잔혹한 욕망이 얽힌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배신, 그리고 그로 인한 파멸을 그렸다. 심리적 긴장감을 안겨주는 서스펜스와 범죄 스릴러 요소가 가미되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보험회사에 재직 중인 월터 네프는 자동차 보험갱신을 위해 디트리히슨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디트히리슨의 와이프 필리스를 만나게 된다. 매력적인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월터는 남편의 보험금을 위해 그를 살해할 계획을 품고 있는 필리스를 돕게 된다.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는 것처럼 속이고 사고 보험에 들게 만들어 이중배상을 받기로 한 것이다. 월터는 디트리히슨이 기차로 여행을 떠나는 날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디트리히슨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여행은 연기되고 필리스는 안절부절못해 하지만 마침내 기회가 찾아오게 되는데...
범죄 사건을 다룬 영화이지만 사건을 조사하는 건 배상청구심사관인 키스이다. 그는 '꼬마'를 이용해 보험 사기를 가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 기차 사고일 경우에 보험금이 두 배로 지급되는 '이중배상'건이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단순한 사고로 생각하던 키스는 사고 보험에 가입한 디트리히슨이 다리를 다치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음을 이상하게 여긴다. 디트리히슨이 사고 보험에 든 자체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누가 보험금을 노리고 그를 살해했음을 직감한다. 이를 알고 있는 월터가 '행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사건의 시작이자 중심인 사랑의 전개의 개연성이 좀 부족하다는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걸렸다. 짧은 순간에 네프가 큰 위험부담을 질 정도로 깊은 마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사랑은 어떤 위험부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타오르는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단기간에 이룬 사랑 사이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욕망이 실체를 드러낸다. 남자의 목적, 여자의 목적이 차례로 드러나며 그들의 파멸이 예정되어 있음을 예고한다. 무언가를 열망하고 욕망하는 삶은 항상 인간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본능과도 같다. 그 본질은 사랑에서 특히 그 정체를 확연히 드러내며 인간이 완전하지 못할 때, 그 열망은 내면의 결핍을 더욱 부각한다. 이 영화에서처럼 이 실체 없는 사랑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서 서로의 욕망을 이용했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영화의 전개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힌트만 영화 초반부에 심어둔다. 그리고 초반에서 다 알려주지 않은 것들은 후반부 전개를 통해 이유를 알 수 있게 만들면서 그 공백을 채워간다. 그리고 그가 초반에 언급한 정보가 실은 완전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관객에게 추리를 맡기지 않고 영화가 충실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찾아오는 심리적인 서스펜스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론 클리셰의 활용법이 아쉽지만 인물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시대상 제한적인 여성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구성하였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필리스라는 인물을 단순한 악녀로 치부하지 않고 다른 인물들처럼 욕망을 추구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필리스의 내레이션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의 마무리였다. 감독의 기교와 극의 흐름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만들면서 뒤에 깔리는 내레이션과 사건을 전개하는 플래쉬백의 활용법이 인상 깊다. 빌리 와일더의 <이중배상> 왜 누아르의 대표작인지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