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Nov 08. 2024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다.

영화 <위대한 부재> 리뷰


치카우라 케이 감독이 연출한 <위대한 부재>는 2024년 11월 6일 개봉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23년 토론토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67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금문상-글로벌비전상), 7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ATENEO GUIPUZCOANO상)를 수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코로나 시국에 감독이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을까, 지금 영화를 찍는다면 이 시대의 분위기가 적절 한가에서 시작된 '부재'라는 키워드로 영화 <위대한 부재>의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연극배우 타카시는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의 체포 소식을 듣고 그가 있는 규수로 내려가게 됐고. 다시 만난 아버지는 치매 증상을 앓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던 집을 찾아간 타카시는 어질러진 집 안의 물건들과 메모를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와 재혼한 나오미가 더 이상 아버지의 곁없다는 사실도 앓게 된다. 이에 의문을 품은 타카시는 지난 30년 간의 아버지의 삶을 쫓으며 자연스레 나오미의 흔적을 좇게 된다.



교수였던 아버지는 단어 하나하나를 중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짚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좀 이상했다. 치매증상으로 인해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고, 아버지 옆을 지켰던 나오미 씨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의 흔적을 좇을수록 '토야마 요지'라는 사람에게 가까워진다. 이 영화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수식어를 걷어낸 어떤 청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들여다본 '토마야 요지'라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토야마 요지'라는 사람은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달랐다. 그래서 왠지 아버지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인질 없는 인질극, 서스펜스 장르라는 말에 속았다. 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던 기억 추적극. 아버지와 타카시 사이의 공백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매끄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겉도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소름이 끼쳤던 부분은 단 하나, 극 초반에 나왔던 남자의 목소리 뿐이었다. 영화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하기 힘들었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아 영화의 의미를 영화의 제목과 끼워 맞추게 되는 이 모순에 자괴감이 들었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는 것도 아니었고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아버지의 '사랑'의 흔적 역시 영화 속에서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다.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더욱 몰입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는 타카시라는 인물을 설정해 둔 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공백이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과거와 다른 현재의 '늙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늙음, 사랑, 예술을 비슷한 주제의식으로 풀어내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서로 연결되기엔 그저 표현되는 단어로서 연관성을 짓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듯한 마무리가 불편하게 여겨졌다. 그동안의 원망을 모두 걷어내기엔 아버지의 현재가 타카시에게 의미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릴 때의 기억이 다를 수 있으나 결국엔 영향을 끼치는 아버지의 말이 내면이 스며드는 그 순간이 괴로웠다. 결국엔 끊어내지 못하지 못하고 '무'로 돌아가버린 그 허무함에 영화 속에 담긴 '가족' '치매' 돌봄'과 같은 주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의 모습과 이해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여전히 나에겐 영화 속의 아버지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