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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21. 2024

이 영화를 보면 당신은 계속 눈을 깜빡이게 됩니다.

영화 <블링크 트와이스> 리뷰


2024년 11월 20일에 개봉한 조 크라비츠 감독의 <블링크 트와이스>는 우리는 얼마나 자주 보이는 것에 속고, 들리는 것을 믿을까? 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현실의 틈새를 예리하게 파고들며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객을 불편한 질문들에 마주하게 만든다.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칵테일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프라다는 평소  IT업계 거물로 알려진 슬레이더 킹의 인터뷰 영상으로 심심함을 달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슬레이더 킹을 만나게 되었고 휴가지에 초대받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친구와 함께 슬레이더 킹을 따라 섬으로 떠나게 된다. 휘황찬란한 저택과 음식에 취해있던 프리다는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하지만 아무 흔적 없이 사라졌고 누구도 친구를 기억하지 못한다. 과연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분명히 이상한데 아무도 그 이상한 기류를 느끼지 못해서 더 이상하다. 수상한 술과 음식, 남자들의 시선, 심지어는 망각이 선물이라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섬의 원주민들, 붉은 토끼를 언급하는 아주머니, 뱀독. 수상하게 여겨지는 건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다. 되돌이켜보면 다 알만했는데도 그들은 딱히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후 달라지는 희미한 기류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감춰왔던 끔찍한 기억들, 그리고 결코 지울 수 없는 진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외면해도 될 일을 '프리다'는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쩌면 잘못되었다는 것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각성하게 해 주었던 '뱀독'을 다른 여성들에게 전해주며 '함께'이 상황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한다.



휴대폰 수거를 하고 여자들은 같은 의상을 입으며 매일 밤마다 손톱에 끼어있는 흙은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의심되는 부분이었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현재의 즐거움이 그 의심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원주민 아주머니가 자신을 보며 '붉은 토끼'라고 하는 부분이나 알 수 없는 액체를 건네는 부분은 그녀의 각성을 '의도적'으로 깨우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원주민과 관련된 이야기가 후반부에서도 다루어졌으면 더욱 재미있게 전개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상대이기도 하고 슬레이더 킹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언급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공포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심리적 공포와 실제적 공포는 확연히 다른 영역을 주관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단편적으로 평가하기엔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방법이 간교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현실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영화는 퍼프대디 사건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영화가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공포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복수를 하는 부분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일어나지 않은 공포에 대해 지나치게 몰입하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디게이트 사건을 비롯하여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사건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망각은 선물이다"라는 말처럼 잊고 외면하면 편하고 쉬운 일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심지어는 소년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 사실을 셔터 누르는 그 찰나처럼 침착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그 배경을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관객이 이러한 상황에 몰입하게 만들면서도 제삼자 입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흘러가는 일들이 설령 범죄라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또한, 방관했지만 용기를 냈던 남자가 죽는다던지 하는 찰나의 잘못된 판단들 또한 짚으며 그러한 선택들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보통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장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범죄를 묘사하는 방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후반부를 넘어가 마지막을 결정짓는 결말이 그리 좋은 평가를 줄 수 없게 만든다. 한 번에 풀리는 긴장감이 쌓아온 이야기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형태로 표현된다. 특히 박수를 받는 흑인, 박수를 건네는 백인, 샴페인을 따르는 동양인의 모습이 연출되는 방식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떤 암시적 장면들이 특정한 의미를 전달했을 수는 있지만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을 주며 의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서사 완결성을 약화시킨다.


*다음 영화는 블랙핑크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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