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걸즈> 리뷰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웃음이 나는 영화가 또 있을까.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재즈를 만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스윙걸즈>가 2025년 3월 26일 재개봉했다. 이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한 일본 코미디 영화로 청춘의 열정, 쾌활한 에너지, 음악의 감동, 꿈의 성취가 모두 담겨있다. 20년이라는 시간만큼이나 세월의 흔적이 물씬 나는 영화임에도 결코 낡지 않은 청춘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만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활기찬 출발을 해보는 건 어떨까. 청춘이 울리는 선율에 빠져들어보자.
푹푹 찌는 여름방학. 야마가와 고등학교에는 보충 수업을 받고 있는 13명의 학생들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각자 딴짓을 하고 있다. 창밖을 보고 있던 토모코는 교내 동아리 밴드부에게 도시락을 전해주자고 말하며 수업을 합법적으로 땡땡이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전달된 도시락이 상해 버렸고 도시락을 받지 못한 나카무라를 제외한 밴드부 전원이 식중독에 걸렸다. 위기에 처한 밴드부를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되는데..
처음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실력이 늘어나고 악기를 '잘' 연주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시합 전 날, 식중독에 걸렸던 밴드부가 복귀하게 되었고, 13명의 학생들은 실망하며 나가버린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불만을 표했지만 진심이 된 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렇게 재즈에 미련이 남아 있던 13명의 학생들은 타쿠오와 함께 빅 밴드부 '스윙걸즈'를 결성하게 됐다. 비싼 악기를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에 다 같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큰 실수로 인해 토모코를 비롯한 4명이 해고당했고, 해고를 당한 이들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밴드부에 흥미를 잃고 명품과 놀거리에 눈이 팔려 탈퇴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우당탕탕 쉽지 않은 스윙걸즈, 과연 진정한 밴드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지루한 보충수업을 땡땡이치기 위해 시작했지만 점차 이들은 진심이 되어간다. 특히 토모코는 별다른 꿈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그저 놀기를 좋아했다. 다른 친구들 또한 토모코처럼 그다지 큰 꿈을 갖지는 못했다. 어느 것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에게 재즈는 처음으로 설렘을 가져다주는 전환점이 되었다. 모든 게 서툴기만 했던 이들의 연주는 실패를 거듭하여 완성되어 간다. 그로 인해 피어나는 열정과 자신감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끊임없는 위기가 찾아와도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좋아하고 보상을 바라지 않고도 그 열정을 불태울 만큼의 애정을 품게 된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무언가에 애정을 품고 그것에 열정을 태울 수 있는 '힘'을 가지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오직 결과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세상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패자로 내몬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윙걸즈>에서 펼쳐지는 모든 과정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이 학생들을 끌고 가서 기숙학원에 등록하는 전개가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지나온 과거를 후회할지도 모르고, 음악을 사랑한 대가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윙걸즈'의 음악과 열정이다. 경쟁을 위한 경쟁 그리고 실패, 압박감 속에서도 인간을 살아남게 만든 건 비관이 아니라 언제나 '희망'이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흔한 일본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묵직하지도 않게 청춘 성장물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유쾌함, 흐뭇함, 뭉클함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큰 갈등 없이 경쾌하게 흘러간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스윙걸즈>는 얼마 전에 리뷰했던 <위플래쉬>와 정반대의 주제가 담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플레처 교수에게 하루 종일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전혀 다른 방식임에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대를 통한 교육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한계가 분명 있다. 4년 전에 한 유튜브에 뉴욕 재즈 드러머 조 판스워스가 <위플래쉬>를 보며 한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바로 "음악은 사랑을 통해서 가르쳐야 해요."라는 말처럼 음악을 온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윙걸즈>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니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바라봐주고, 열정의 흔적들을 차근하게 따라가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에 익숙해진 우리가 배워야 할 눈부신 청춘의 성장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