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의를 눈감아줄 때 부조리는 눈덩이처럼 커져 돌아온다.

영화 <야당> 시사회 리뷰

by 민드레


황병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야당>은 4월 16일 개봉 예정이다. 우선, 영화 제목의 야당은 여당(與黨), 야당(野黨)할 때, 그 야당이 아니다. 야당(野黨)은 정치용어로 정당정치에서 현재 정권을 잡고 있지 않은 정당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바로, 마약사범이 수사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일컫는 은어다. 야당이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면 수사협조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야당>은 실적을 쌓기 위한 수사기관과, 생존을 위한 마약사범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만들어지는 기묘한 공조에 대한 이야기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마약 범죄의 실태와 그 속에 뒤엉킨 법과 정의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wzhxiZewULL3MllfmEQlQq0N699.jpg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는 검사 구관희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다. 강수는 관희의 야당이 되어 마약 수사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 덕에 구관희는 실적을 쌓아 올려 승진을 거듭한다. 한편,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는 수사 과정에서 강수의 야당질로 번번이 허탕을 치게 된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마약 범죄가 발생하며 마약판도 전혀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ragdnXGRar65UUAX5ppCSWSeuzU.jpg


큰 판이 벌어지고 선택의 순간이 왔다. 눈 감아줄 것이냐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냐. 누군가의 선택은 큰 기회가 되었지만 동시에 정의가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비효과처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제대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으로 작용한다. 한순간일지도 모를 권력의 힘은 다시 재생산되어 부조리를 만들어내었고 봐주거나 동조한 이들의 '힘'으로 되어주었다. 법과 정의처럼 거창한 단어로 시작했지만 실적과 성과라는 이름에 밀려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법을 잘 아는 이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더 높은 권력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대가로 또 다른 권력을 쟁취해 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사라질 날은 과연 올까.


zqLAY82hDdLljR4xRmAVmLpkvXB.jpg


한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마약문제는 이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마약은 한번 발을 들이면 인간을 폐인으로 만들 정도로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자발적인 선택으로 인한 중독도 문제지만 강제투약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중독되는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더욱 뿌리 뽑아야 할 사회 문제이다. 마약범죄는 처벌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치료가 병행되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


sS4jrA5txR6jMfPQPM1tCg4IODT.jpg


마약상이 검거되더라도 유통 시스템은 계속해서 작동한다. 그래서 어떻게 이 고리를 끊어야 할지조차 막막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야당을 통해서만 협조받아야 하는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금처럼 유입과 유통만을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제 살을 도려내 피를 흘릴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 구조는 결코 바뀔 수 없다. 마약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깊은 상처를 도려낼 용기, 그로 인해 남게 될 흉터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봐주기식 수사와 책임 회피,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태도로는 지금의 병든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없다. 이 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부패의 민낯을 마주해야 할 때이다.


tf7VU9A1vfBXw8OUbV8WZkZP6L5.jpg


왠지 모르게 실소가 터졌지만 현시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마냥 웃을 수도 없었다. 10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영화가 꾸준히 나왔었던 것 같은데, 현재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갑갑하고도 익숙한 현실은 그 자체로 현실이었다. 수차례 이러한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지만 이번 영화는 독창성이 돋보이지도 않았다. 특히 한국 범죄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클리셰는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기본도 못하는 영화들이 꽤 많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영화였다는 점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감독은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영화적 허구를 뒤섞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정성을 들인 티가 났고 완성도도 높았다. 너무 분위기 잡지도 않고 뒤로 숨지도 않는 당돌함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정면승부로 박치기하는 모습은 익숙하지만 질리지는 않는 그런 맛이었다. 시기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개봉한 이 영화의 타이밍은 실로 기가 막힌다.


*영화의 특성인지 째질 것 같은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는 점은 참고하시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