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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이해한 순간, 내 마음도 뒤집히고 말았다.

영화 <플립> 리뷰

by 민드레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플립>은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한 로맨스 영화다. 미국에서 개봉한 후 한국에서는 VOD로 소개된 후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2017년에 개봉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웬델린 반 드라넨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가 원작이며 2025년 5월 21일 재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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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는 맞은편 집으로 이사 온 브라이스에게 반한다. 브라이스는 그런 애정공세를 펼치는 줄리가 부담스럽다. 브라이스는 싫은 티를 팍팍 내지만 줄리는 그것마저 수줍은 표현이라 받아들이며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브라이스가 줄리에게 받은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들키면서 화가 난 줄리가 브라이스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바라던 대로 성가신 줄리가 사라진 건 잘된 일인데, 브라이스는 줄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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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나무는 줄리에게 세상을 넓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주변 동네의 풍경과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며 용기와 결단력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장소였다. 그래서 나무가 베어지는 순간에도 막으려 애쓰며 브라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결국 나무는 베어졌다. 슬픔과 상실감을 겪었지만 아버지가 그려준 플라타너스 나무 그림을 통해 의미를 되새기며 극복한다. 사실 브라이스는 줄리가 그 못생긴 나무를 왜 그렇게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알지 못했다. 나무를 베는 그날에도 도와주고 싶었지만 학교에 가야 했고, 그 후에도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래서 나무를 심으며 줄리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눈으로 보여준다. 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몰랐던 브라이스가 뒤늦게나마 보여준 순수한 마음과 용기, 그것이 다시 줄리의 마음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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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은 가정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줄리는 경제형편이 좋지는 못하지만 화목하고 서로 소통하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가난함이나 결핍을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브라이스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가족 간의 소통은 단절되어 있고 감정 표현에도 서툴다. 특히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겉보기엔 번듯해 보이지만 속물적이고 편협한 가치관을 지닌 인물이다. 줄리네 가족을 무시하고, 줄리가 정성껏 가져온 달걀을 위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는 특히 무례하게 느껴졌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예술활동을 폄하한다. 브라이스는 항상 아버지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순응하는 척했으나 줄리에 의해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일부가 전부가 아니며, 때로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광택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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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각자의 시점으로 엇갈리는 속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동일한 사건임에도 다르게 해석하고 느끼는 것을 통해 두 사람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 관객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갈등과 오해를 겪기도 한다. 줄리의 솔직함과 브라이스의 소극적인 태도가 충돌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단절의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브라이스는 자신의 편견을 반성하고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고, 줄리는 브라이스의 진심을 받아들이며 엇갈리는 감정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주한다. 이처럼 사랑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주도권 싸움이 아닌 감정을 교감함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슬아슬하고 뒤집히는 관계도 묘미지만 '첫사랑'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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