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리뷰
존재 자체로 외면당하는 사회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안토니오 마을이 보인다. 4대에 거쳐 내려온 이들의 이야기는 타의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감싸 안으며 단순한 모계사회로 단정 짓지 않고 모두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간다. 익숙한 서사에서 벗어나 ‘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이면서 이상적인 사회가 영화 안에서 펼쳐진다. 불합리한 규정에 순응하지 않는 것, 존재 목적을 위해 존재의 가치를 지워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떤 족쇄에도 묶이지 않은 채, 지속되는 가족이라는 존재는 사랑으로 가득하지만, 서로를 구속하거나 압박하지 않는다. 의무를 강요하지 않는 이 사회는 그저 자연의 순리에 자신을 맡길 뿐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행동들이 무색하게 계절은 지나가고 계절 끝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이별의 이름을 가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고 삶의 마무리는 인생을 살아가듯 그렇게 떠나 보내는 삶의 태도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다.
연출이 뚝뚝 끊겨도 판타지다운 이 이야기만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영화는 머릿속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불빛의 스위치를 켜준다. 그 당시, 남성 중심의 서사구조를 그저 여성 중심의 서사로 바꾸기만 했는데도 페미니즘 영화가 되는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어떤 성별도 배제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주체적인 자신의 사회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