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 리뷰
이런 모습의 사람과 사랑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종종 있다. 패터슨과 로라의 따뜻한 온기가 가득 담긴 영화 패터슨이다. 주로 패터슨 시점으로 나와 로라의 시점이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패터슨의 시로 드러나는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그에게는 얼마나 더 아름답게 느껴지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곱씹어 보았다. 그들의 사랑은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맛이 풍요로워 지는 곡물과도 같았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늘 찾아오는 요일과 일상에서도 항상 빼놓지 않는 둘만의 사랑은 지루하다는 생각보다는 내 곁의 온기를 찾게 만드는 습관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둘의 사랑에서 피어나는 불꽃처럼 틈틈이 시를 적어 내려가는 패터슨. 그리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로라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패터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늘 잔잔했던 일상에 파도가 일렁인다. 잘 가던 버스가 멈춘다든지, 마빈이 패터슨의 비밀 노트를 갈기갈기 찢어 놨든지 하는 일들이 패터슨에게 상당한 당혹감을 준다. 어떤 부정적인 감정 표현보다는 막막한 마음이 그를 앞서 누군가에게 “아-하”라는 말을 선물 받는다.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던 예술은 사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늘 같은 풍경이나 익숙한 장면들이 우리 앞에 그저 스쳐 지나가면 그냥 넘기고 만다. 하지만 낯섦이 주는 새로움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또 다른 선물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멈춘 줄 알았던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일상에서도 약간의 다른 모습을 하는 주변을 통해 다르지만, 또 같은 일들을 발견한다.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 산책길의 바, 폭포, 쌍둥이, 시를 쓰는 사람까지 절대 진부하지 않게 표현되어 조금은 특별하지만 조금은 지루한 누군가의 일상을 담는다. (아담 드라이버의 버스 드라이버까지) 매일 반복하는 이 일상의 다른 공기와 날씨를 만끽하는 하루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발견하게 된다. 너무 많이 가서 지루해져 버린 산책로의 길을 오늘 다시 걸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