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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는 혼돈의 메타포, 표류한 청춘들의 초상.

영화 <마작> 리뷰

by 민드레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96년작《마작》은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 성장이 절정에 달했던 1990년대 타이베이의 풍경을 냉철하게 해부하는 걸작이다. 이 영화는 제목과 달리 마작 게임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패를 섞고, 예측하고, 속이고, 이익을 좇는 마작의 원리를 당시 사회 전체를 비유하는 메타포로 활용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넘실대던 시대의 이면에는, 도덕적 가치관이 붕괴된 무질서와 혼란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 원칙이 사라진 규칙 없는 혼돈의 시대에서 진정한 가치를 잃고 표류하는 청춘들의 초상이 그려진다.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그려진 <마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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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마작 테이블은 실제 게임의 장소가 아니라 모든 것이 이용되고 소비되는 타이베이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한다. 마작은 본래 엄격한 규칙과 승패가 있는 게임이지만, 영화 속 청년들은 "아무도 이 게임의 규칙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급격한 자본주의가 휩쓸고 지나간 사회에서 도덕적 가치관과 윤리가 붕괴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는 무질서 상태가 되었음을 은유한다. 청년들이 여성을 마음 없이 꼬드겨 이용하거나 끊임없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모습은 마작 패가 계속 섞여 돌아가듯 모든 인간관계와 가치가 오직 이익만을 쫓는 소모품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사랑은 진실한 감정이 아니라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패'이자 '수단'일 뿐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생존 방식은 곧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냉혹한 규칙을 반영한다.


특히 영화에서 실제로 마음이 없으면서도 여자를 꼬셔서 자신의 친구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협박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장면이었는데, 나중에 역관광 먹으니 그 장면은 조금만 참고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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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대. 즉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우선 청춘, 이들은 한심하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등쳐먹고 속여서 돈을 벌지? 혹은 어떤 여자와 함께 자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다. 온 세상이 우리를 속이고 있으니 우리를 속인다는 생각으로 사기와 돈벌이에 몰두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기 치려던 이들에게 도리어 당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기성세대,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거나, 사랑을 저버리고 물질적 성공을 좇는 어른들의 모습은 급격한 경제 성장이 낳은 윤리적 타락을 상징한다. 이들은 성공했지만 진정한 가치를 잃었기에 결코 행복하지 않다. 이는 세기말적 청춘의 허무주의를 보여주며 부패한 세상에서 도덕적/정신적으로 표류하는 심각한 형태의 빈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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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녀 마르트(Marthe)는 이 영화의 중요한 상징적 장치다. 마르트가 타이베이에 온 것은 남자친구를 찾기 위함이지만 그녀는 곧 전 세계의 자본과 욕망이 모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유럽인이 아시아, 특히 대만은 이제 우리 서양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은 문화적, 경제적 식민화에 대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비판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혼란스러운 타이베이에서는 오직 룬룬만이 마르트에게 진실한 감정을 느끼고 순수한 사랑을 갈구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룬룬과 마르트가 재회하고 키스하는 장면은 파멸의 도시 속에서 진정한 인간적인 가치(사랑)가 유일하게 구원을 줄 수 있는 작은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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