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판사의 등장, 사실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영화 <노 머시: 90분> 리뷰

by 민드레


사회의 불공정과 사법적 불신으로 인해 AI판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 AI의 판단이 완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영화 <노머시: 90분>은 2026년 2월 4일 개봉했다. 상영시간 100분 중 90분은 주인공 레이븐에게 허락된 최후의 소명시간과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흐르며 관객들을 AI 재판의 한 복판으로 초대한다.



줄거리


2029년의 로스앤젤로스, 늘어나는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AI 법정 시스템 '머시'가 가동된다. 머시는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사이자 배심원, 사형 집행인까지 수행하는 능력을 지녔다. 범죄 발생 시 용의자의 모든 디지털 기록을 수집, 추적, 분석해 판결을 내리는 시스템 하에 피고인에게 허락된 소명시간은 단, 90분. 이 시간 내에 알고리즘이 산출한 유죄 확률을 '즉결 처분' 기준치 미만으로 낮추지 못하면, 그 즉시 사형이 집행된다. 머시 도입 후 LA 범죄율은 75% 급감하며 '완벽한 정의'가 실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시스템의 핵심 설계자인 베테랑 형사 레이븐이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90분 간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그는 늘 심판대에 범죄자를 인계하는 집행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바로, 그가 심판대에 올라간 것이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이곳에서 중요치 않았다. 그는 이미 아내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고 그가 무죄일 확률은 0%에 임박해 있다. 그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는 '결백'을 증명해야 했지만 그 증거를 찾아볼수록 그에게 더 불리하다. 용의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92%를 넘지 않아야 하는 상황. 레이븐은 이 남은 시간 동안 사실이 아닌 진실을 알아내야 했다.



AI는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그에 따른 확신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갈 경우 그 확신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은 없는 걸까? AI는 99%의 확신을 위해 1%의 예외를 삭제한다.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1%의 '오염된 데이터'를 주입한다면? 영화는 가장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이 취약해질 수 있는 ‘틈’을 보여준다. 바로 인간이라는 변수다. 인간은 때로 비논리적이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인 ‘기록되지 않은 맥락'과 '수치화할 수 없는 의도’는 AI의 판단할 수 없는 영역 ‘외’의 것이다.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인간성의 본질과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자비 없는 정의는 정의인가.



우리가 남기는 모든 디지털 기록은 언제든 우리를 족쇄로 쥐게 하는 불리한 증거로 이용될 수 있다. 영화 속의 상황보다는 덜하겠지만 곧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AI와 공유하며 사생활의 영역을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허용한 위치 정보, 취향을 위해 기록한 검색어, 일상을 공유한 SNS 등 여러 미디어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다. 또한 AI의 발전을 위해 인간은 '학습'에 열중해 왔다. AI가 명확하게 배운 건 인간 사회의 '효율적 배척'의 기술이다. 효율을 위해 맥락을 거세하고, '나와 다른 것'을 오답으로 처리하며, 다수의 편안함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던 인간의 비인간성이 알고리즘이라는 정교한 외피를 입고 재탄생한 것이다. 인간이 편리함을 위해 포기한 '이해와 포용'의 가치는 다시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단두대가 된다.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자부하는 '머시'에 정작 그토록 갈구했던 진정한 '정의'와 '자비'가 들어설 자리를 치워버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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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록을 통해 진행되는 법정의 공간은 다소 제한적이며 폐쇄적이다. 예고편의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주인공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없는 그 상황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남은 시간은 9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며, 유죄추정의 피고인을 도와줄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레이븐은 이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베테랑 형사라는 점이 유리할 수는 있겠다. 각종 영상사진, 연락처, 사건파일, cctv를 오가며 증거자료를 찾고 자신이 설계한 논리에 조금씩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이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을 볼 수는 없지만 그 빈자리를 메우는 치열한 논리의 대결을 볼 수 있다. 기계가 확률로 지워버린 그 회색지대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비논리적인 감정과 우연의 기록들을 통해 진실을 찾아낸다. 다만, AI의 완벽함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주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전개는 다소 느슨해지며 그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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