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 리뷰
팍팍한 현실에서 매일매일 고단하게 살아가는 라이문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파울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남편이 죽은 채로 부엌에서 발견되고 딸을 성추행 하려고 했다는 말에 시신 처리에 앞선다. 수많은 사실 속에 진실과 거짓을 섞어 넣으며 현재의 삶을 살아간다. 그동안 쌓아둔 '정' 덕분일까 여성이라는 세계에 연대로 가득 채운다.
남성에 의지하는 여성이 아닌 직접 삶을 헤쳐나가는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다. 억압을 자행하는 주변의 남성들을 살인해서 지워버리는 방식이 연대에 부합하냐 한다면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보다는 반복되는 폭력에 ‘나’ 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응하는 그들의 모습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돌아간줄 알았던 엄마의 귀향으로 모두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가 살아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한다.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그 사실을 라이문다도 알게 되면서 묻혀둔 사실과 그 사실로 인한 사건도 함께 드러난다.
그 장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는 '귀향'으로 다가오게 된다. 나도 처음 봤을 땐, 그 마을의 사람들처럼 생각했었는데 아니였다는 게 드러나니 편견이 한꺼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로 더욱 멋있게 그린 '귀향'에서 시작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연출작들을 하나씩 보고 있는데, 작품들이 하나같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끝나지 않고 '나'라는 이름으로 끝나는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