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선율이 맞닿은 자리에 피어난 봄의 노래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리뷰

by 민드레


이야기는 우연하게 시작된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사람이 봄의 끝자락에서 만나 낯설지만 따뜻한 노래를 만든다. 그녀는 노래를 그려낼 줄 알았고, 그는 세상을 노래하지 못했지만 글로는 그릴 수 있었다. 2026년 4월 1일 개봉한 영화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이 낯선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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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꿈이 없었던 하루토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문예 창작대회는 꿈을 위한 것이 아닌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한 실적 쌓기 용이었다. 그런 존재감 없는 하루토에게 아야네가 다가온다. 아야네는 석 달 전에 이사 온 전학생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며 '작사'를 부탁했다. 함께 노래를 만들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협업. 하루토의 문장에 아야네의 멜로디가 더해지며 하나의 노래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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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밝고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던 아야네.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글자를 읽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난독증은 그녀의 일상생활을 힘들게 만들었다. 교과서를 읽는 일도,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가사를 써보려 해도 단어들이 형태만 남은 채 뭉개지고, 문장은 흩어졌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음악으로 대신해 표현했고, 멜로디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꼭 '노래'를 완성하고 싶다는 욕망과 한계를 넘고 싶은 열망으로 하루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루토의 문장이 자신에게 아주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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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토는 꿈이 없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기도 전에 포기하거나 그것을 마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야네를 만나면서 그의 세계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아야네의 넓은 세상에서는 노래가 전부였다. 하루토는 그런 그녀에게 이끌리면서도 두려워진다. 자신이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넓은 세상을 더 높이 날아올라야 하는 그녀의 곁에 자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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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든 노래가 세상에 퍼져나갈수록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그 노래 안에는 하루토의 문장이 있었지만 그 목소리와 노래는 오로지 아야네를 기억한다. 두 사람의 기억으로만 남지 않은 그 노래는 이별을 말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봄은 그들에게 계절이자 문장이었고, 한 편의 노래가 되어 서로에게 닿는다. 닿지 못해 더 빛나는 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빛은 서로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더 빛날 수 있었다. 봄이 다시 오면 그 노래도 함께 우리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그 멜로디는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잠시 울컥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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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다소 빠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별하는 순간이 두 사람이 재회하거나 사랑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짧게 스쳐 지나간다. 두 사람의 서사는 충분히 차곡차곡 쌓였으나 그 감정까지 쌓였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후반부는 두 사람이 쌓아온 시간을 허물어내듯 너무 많은 것을 쏟아낸 탓에 숨고를 틈도 없이 지나쳐버린다. 배우들조차 그 흐름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한 듯 보이고, 흐릿한 화면은 그 서투름을 가리기보다 도드라지게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결핍을 가진 사람이 서로의 궤도가 되어주기로 한 결심은 뭉클함을 남긴다.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완전한 두 사람의 완벽한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읽어주지 못하는 세상의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읽어주며 함께 밤하늘의 별이 되어주는 일임을 증명하고 있다. 어느새 봄을 지나 여름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그들이 남긴 노래가 별처럼 빼곡히 남아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