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극이 누군가의 콘텐츠가 된다면.

영화 <스크림 7> 리뷰

by 민드레


스크린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한 편의 잔혹한 슬래셔 무비가 현실에서 상영되고 시작된 영화 <스크림 7>.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작품은 5편과 6편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끌었던 주역, 멜리사 바레라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했다는 신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며 큰 논란을 빚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와 공포가 빚어낸 영화 <스크림 7>은 2026년 4월 1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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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프레스콧이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정착한 조용한 마을 '파인 그로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1편의 향수를 자극하는 강렬한 오프닝과 함께 시드니의 딸 테이텀을 겨냥한 새로운 고스트페이스의 게임이 시작된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딥페이크 영상과 목소리로 시드니의 일상을 침범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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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시드니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궁금해하는 딸에게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린다. 자신의 딸만큼은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친구는 세상은 안전하지 않고 스스로 보호하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이라는 충고를 건넨다. 시드니의 침묵은 딸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으나 딸 테이텀은 무방비함에 갇힌다. 보호라는 명목아래 설명해주지 않는 무심함은 테이텀에게 있어서 엄마가 자신을 불신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틈을 노려 고스트페이스는 딸에게 들려주지 않은 비극을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모녀의 심리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대신 이해할 수 없는 잔혹함으로 이들을 끌어당긴다. 마치 내가 대신 말해주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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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건 AI와 딥페이크와 남은 범인의 정체다. 분명히 모든 것이 다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지점이 찝찝하게 만든다. 특히 테이텀의 남자친구가 딥페이크 기술을 다루는 모습은 상당히 수상하다. 1편을 연상케 하는 그의 수상한 행보는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데 일조하지만 정작 그가 왜 이 기술에 집착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관객을 속이기 위한 단순한 맥거핀으로 소모하기엔 그 기술적 장치들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만약 제작진이 AI 기술이 초래할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다루려 했다면, 이러한 방식의 소모적인 접근은 아니었어야 했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고 해서인지 이 허술함은 후반부의 난도질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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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향수를 자극하는 오프닝의 화려한 예고편이 끝난 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서사의 개연성을 상실한 채 '살육의 쾌락'만 남아 피비린내가 낭자한 칼부림뿐이다. <스크림 7>은 시스템의 유혹에 굴복한 제작사가 어떻게 고전의 품격을 훼손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전작에서 쌓아 올린 서사보단 급조된 대본으로 기존 고전 영화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의 망령들을 AI와 딥페이크로 이어 붙인 결과물은 다소 조잡하게 그려진다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서사의 개연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좀비처럼 다시 꺼떡 일어나 반격하는 초인적인 범인들이 남아 사람들을 괴롭힌다. 영화의 개봉일자마저 만우절 농담인 것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모습은 소모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소모전은 스크린 밖에서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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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시작부터 실제 겪었던 공포스러운 일을 재미로 소비하고 있는 대중의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드니가 겪어온 죽음의 공포는 호러 장르팬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깃거리다. 끊임없는 모방범죄나 장난이 익숙한 듯 보이는 시드니에게 30년 전의 일을 상기시키는 일이 닥쳐온다. 이것은 비단 영화 속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제작 시스템에 의해 소모되고 버려진 멜리사 바레라의 현실 또한 이 영화가 인물을 대하는 태도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배우를 밖으로 밀어내고, 그 빈자리를 과거의 명성과 자극적인 난도질로 채워 넣은 제작사의 행보는 영화 속 고스트 페이스의 칼부림보다 더 비정하다. 결국 <스크림 7>은 타인의 비극을 오직 상업적 이익을 위한 '재료'로만 취급하는 거대 자본의 오만함이 낳은 결과물이다. 스크린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 기괴한 슬래셔 무비에서 볼 수 있었던 건 고전의 부활이 아니라 신념마저 재미로 소비하려 하는 시스템의 붕괴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