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닿았을까

영화 <힌드의 목소리> 리뷰

by 민드레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올해 보아야 할 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2026년 4월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2년 전, 실제 그날의 녹음본을 토대로 만들어진 슬픔의 기록이다. 2년 전에도, 2년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지금도 멈추지 않았고, 민간인의 죽음은 여전히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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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24년 적신월사에 걸려온 긴급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다. 삼촌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조카가 거기 갇혀있으니 전화를 걸어보라는 요청이었다.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곳은 교전지역으로 폐쇄되어 이스라엘 군의 허락을 받지 못하면 접근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이름도,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않은 무명의 실종자가 세상을 떠나며 적신월사는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때, 그 차에 다른 사람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바로 6살 소녀 힌드 라잡. 힌드를 제외한 친척들이 모두 사망한 차 안에서 살아남은 소녀는 거듭 살려달라고 말하며, 버리지 말아 달라고 울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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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가 있는 곳에서 힌드가 갇힌 차 안까지는 차로 단 8분 거리였다. 차 안에서 홀로 숨을 죽이며 그 긴 시간 동안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소녀는 구조대가 올때까지 그리고 12시간이 될 때까지 살아있었다. 영화는 그 통화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살려달라는 말은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소녀는 '죽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이 만들어낸 참상이다. 훈련하고 매번 구조 작업을 진행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 일이었다. 이 긴박한 순간 속에서도 절차와 규정을 따라야 했고 그 규정에는 이스라엘의 허락이 있었다. 베테랑 대원들에게도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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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곳곳에서 끝없는 한숨과 한탄이 터져 나왔다. 영화는 모두가 방관했던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힌드의 목소리로 희망과 기적을 꿈꾸다가도, 그들의 잔인함에 끝없는 절망으로 무너진다. 8분이라는 그 짧은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12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소녀는 죽어가는 가족들 사이에서 떨며 구조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구원의 손길이 아닌 무차별적인 폭격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에는 무려 235발의 총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6살 아이가 탄 민간인 차량을 향해 쏟아낸 총알의 개수는 이것이 교전이 아닌 명백한 학살임을 증명한다. 12시간 만에 구하러 갔던 구조대원들 또한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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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비극은 수많은 힌드의 목소리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효율적이게 적을 처치하고 사살하는 용도로 쓰일 뿐, 무고한 시민들을 구출하는 데에는 쓰이지 않고 있다.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빠진다. 마치 전쟁을 즐기는 듯한 이스라엘의 잔혹함 앞에 혀를 내둘렀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무고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이 스러졌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12시간 동안 "절 구하러 와주세요"라고 외쳤던 소녀의 목소리는 전 세계에 닿았지만 그 누구도 응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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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힘은 연출보다는 사실에 있다. 그래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폭격과 총소리, 구해달라는 실제 음성, 그 대비만으로도 관객은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반짝이는 바다를 상상하고 신이 응답하여 기적을 불러일으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철저히 배반한다. 이것이 바로 영화와 현실의 차이일 것이다. 영화적 연출보다 사실적 전달을 통해 쉬이 얻으려 하지 않는 공감과 수없이 방관한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물론 그것이 영화적 선택인지, 아니면 현실이 너무 강해서 연출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이 이야기 앞에서 영화적 연출이 불필요했을지도 모르나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예술적 성취가 아닌 끝내 구하지 못한 소녀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다. 우리는 이제 이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젠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