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가딕> 리뷰 + 마스터 클래스
다큐멘터리가 이토록 유쾌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르일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몰랐다. 자크 타티가 <플레이타임>을 제작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재산을 다 바쳤던 일화는 상당히 유명하다. 그 뒤를 이을 감독은 바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과 같은 걸작들로 명성을 쌓은 그가 40년 간 준비해 온 작품을 위해 사재를 털어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과거 <지옥의 묵시록> 때도 막대한 자비를 쏟아부었던 그가, 이번에는 그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본금을 투자해 <메갈로폴리스>를 세상에 내놓는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에게 <메갈로폴리스> 제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가 바로, <메가닥>이다.
피기스 감독에게 이 작업은 낯선 경험이었다. 시상식이나 무대 밖에서 감독을 마주치는 일은 있어도, 다른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현장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포착한 현장은 '창조적 카오스'라고 표현할 만큼 혼돈 그 자체였다. 분명 그는 제작사의 참견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사비를 털었는데, 신경 써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 늘어난 제작비만큼 참여하는 인원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통제하기 힘든 상황도 빈발한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오로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그 상황은 완성작을 위한 집념이 아니었다면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웃긴 부분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무책임하면서도 짜릿한 즐거움이 담긴 시선이다. 자신이 연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는 설렘이 담겨있었다. 여기에 제작이 무산되기 전, 촬영된 대본 리딩 장면과 실제 영화 장면이 교차되며 이 작품이 도박이 아닌 평생을 바칠 만큼의 진심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실제로 피기스 감독은 마스터클래스에서 코폴라 감독처럼 사비를 털어 제작하고 싶은 작품이 있냐고 물으니 자신은 그 코폴라처럼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코폴라 감독이 <메갈로폴리스>를 위해 와인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약 1억 2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 정도의 투자를 해도 재산에 타격이 없을 만큼의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피기스의 말이 웃겼다. 그럼에도 자신의 모든 명성이나 자본을 걸고 '초대형 낭만'에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현대 영화판과는 거리가 먼 도박이었다. 그 낭만이 재앙이 될지 걸작이 될지는 알 수는 없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메가닥>이 보여주는 거대한 난장판은 우리가 잃어버린 영화의 본질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아주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폴라 감독은 평소 정해진 형식보다 영화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정한 틀을 건드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촬영 현장은 촬영이 진행될수록 혼란은 가중됐다. "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지 모르겠다", "촬영과 리허설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 같다"라며 단체 멘붕에 빠진 배우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피기스 감독은 최대한 촬영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뒤편에 섰지만 배우들이 하소연하러 그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촬영 중 여러 어려움에 처한 감독이 피기스 감독에게 “당신 다큐멘터리나 찍게 해 줘요 “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들이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그를 따르는 모순은 코폴라 감독이 가진 카리스마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스크린 위의 인물이나 도시는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폴라 감독의 "영화에서 실재는 관객뿐이에요"라는 말처럼 극장 안에서 실재하는 건 관객뿐이다. 화면 속 사건은 허구일지라도 그것을 보며 관객이 느끼는 공포, 슬픔, 환희는 직접 감각하는 실체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투영해 '체험'한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40년 간의 준비과정과 1억 2천만 달러의 결과물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아무리 거대하고 화려한 세계를 쌓아 올려도, 그것을 보고 자신의 삶에 대입해 해석하는 관객이 없다면 영화는 미완성인 채로 남는다. 효율과 수익률이 지배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영화라는 비효율적인 낭만을 통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의 집념과 실재하는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메가닥>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화려한 결과물 이면의 '지독한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제작사의 간섭을 피하려 스스로 투자자가 되었으나 그 선택은 혼돈의 촬영 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다"라며 시니컬하게 웃던 마이크 피기스 감독조차, 촬영이 거듭될수록 85세 노장 감독의 뒷모습에서 연민을 느낀다. 그것은 자산가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기어이 실체화하려는 한 예술가의 고독에 대한 동료로서의 깊은 공감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영화가 완성된 후 공개된 칸 영화제 현장의 모습이다. <메갈로폴리스>의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보낸 뜨거운 기립박수. 그리고 그 환호 앞에서 겸허하게 인사하는 감독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가장 영화적인 풍경이었다. 이 다큐멘터리 속 <메갈로폴리스>의 비하인드 현장을 보다 보니 영화가 더욱 궁금해졌다. 제작기가 이토록 흥미로운데, 본편을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